경제·금융

[철(鐵)의 함성을 들어라] 8년만에 쇳물이 흐른다

옛 한보철강 공장 정상화 닻 올려<br>INI스틸 공장' 간판달고 시제품생산 성공<br>철강 반제품 '슬래브' 확보에도 문제없어<br>5월부터 상업생산…올 연말께 흑자 야심

INI스틸 당진공장(옛 한보철강) A지구 열연공장이 지난 2일 7년만에 정상 가동됐다. 공장 안을 육중하게 자리잡고 있는 기계에세 시뻘건 쇳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충남 당진군 송악면 고대리 INI스틸 당진공장 A지구 열연공장. 육중한 무게감으로 공장 안을 꽉 채우고 있는 기계에서는 시뻘건 쇳물이 힘찬 굉음과 함께 쏟아져 나왔다. 쇳물은 슬라브라는 중간재를 거친 후 다시 성형돼 마침내 시제품을 토해냈다. 고철을 전기로 녹여 다시 열연강판이라는 철강제품으로 부활시킨 장면은 보는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7년동안 멈춰섰던 철강생산 라인은 세월의 더께를 벗어내고 한치의 오차없이 정상 가동됐다. 지난 98년 7월이후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옛 한보철강이 INI스틸로 모습을 바꾼 후 국내 철강산업의 든든한 또 하나의 기둥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다. 이미 국내 조강 생산량은 중국과 일본ㆍ미국ㆍ러시아에 이어 5위권(지난해말 기준)에 진입하며 철강 선진국으로서의 확고한 위상을 다지고 있다. 여기에 INI스틸이 고철더미에 불과하던 당진공장을 다시 가동하면서 국내 철강사들은 철강대국을 향한 빠른 걸음을 내딛고 있다. 뿐만 아니다. 국내 업체들은 최근 고부가가치 제품을 앞다퉈 생산하면서 질적으로도 한 단계 성숙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철강산업 구조조정 마무리=INI스틸이 지난해 9월 한보철강 인수대금(8,771억원)을 완납하면서 사실상 한보철강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한보철강은 지난 97년 1월 부도를 낸데 이어 법정관리를 거쳐 새 주인을 만났다. 8년간 표류해 온 한보철강 매각 작업이 끝나면서 철강업계의 구조조정도 마침표를 찍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한보철강 인수 후 고로사업 진출을 발표했고 최근 당진공장내 A지구 열연공장에서 열연강판이 선보이면서 수십년간 지속돼온 포스코의 열연강판 독점 공급 현상도 점차 깨질 전망이다. 당진공장의 A지구와 B지구가 모두 정상 가동에 들어가면 현대차그룹내 철강사들의 철강재 생산량은 ▲INI스틸 1,270만톤 ▲현대하이스코 500만톤 ▲BNG스틸 30만톤 등 총 1,800만톤으로 불어나게 된다. 명실공히 세계 8위(제품생산량 기준) 철강그룹으로 우뚝 서게되는 셈이다. ◇공장 완전 정상화를 위한 잰걸음=INI스틸은 5월부터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아래 막바지 준비작업에 분주하다. 올 한해에만 모두 68만톤의 열연강판을 생산, 연말엔 흑자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열연강판 생산으로 국내 철강업계는 매년 10억5,000만 달러의 수입 대체 효과까지 예상되고 있다. 당장은 열연강판이 냉연제품 생산에는 사용되지 못하고 강관용 소재로 사용되지만 최근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철강재 가격의 동반 상승도 수익 개선에 보탬을 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당진 지역에 2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3,000여명의 직원을 채용하는 회사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당진공장에만 5,000억원을 웃도는 투자계획을 실행할 방침이다. ◇슬래브 확보‘이상 무’=당진공장 정상화의 성패는 무엇보다 ‘슬래브’라는 철강 반제품의 확보 여부에 달려있다. 용광로를 거쳐 가장 먼저 철강제품 형태로 생산되는 슬래브는 열연제품과 냉연제품의 소재로 활용된다. 당진공장의 B지구 열연공장 역시 슬래브를 확보해야 공장을 가동할 수 있다. 또 B지구에서 고급 열연코일이 생산돼야만 현대하이스코의 B지구 냉연공장도 가동에 들어간다. 결국 고로에서 나오는 슬래브 없이는 열연코일은 물론 자동차용 강판도 생산할 수 없을 정도다. 국내에서는 동국제강이 슬래브를 해외로부터 수입해와 가공, 후판 등을 생산하고 있다. INI스틸은 B지구 열연을 2006년 6월부터 생산(180만톤) 개시할 계획이어서 최소 올해말까지는 구체적인 계약을 성사시켜야 하는 만큼 일각에선 B지구 가동이 쉽지않을 것이라s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INI스틸은 최근 일본 고로사로부터 슬래브 조달을 구두로 확약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 이외에도 중국과 브라질 등에 소재한 고로사로부터 슬래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얻는 데 성공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중국이 철강 소비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원자재 대란과 철강가격 급상승이 초래됐다”며 “하지만 이 같은 수급불균형이 올해말을 끝으로 해소되고 2006년에는 슬래브 수급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여 당진 A지구 열연공장 가동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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