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유태인 로비와 한미 FTA

이스라엘과 레바논간 전쟁이 불을 뿜고 있다. 두 세력간 타협이 쉽지 않아 전면전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미국 방송과 신문들도 연일 이들 지역에서의 인명피해와 건물파괴, 잔혹한 참상을 신속하고도 실감나게 전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성향이 강한 폭스뉴스는 물론이고 CNNㆍABCㆍNBC 등 방송과 뉴욕타임스ㆍ워싱턴타임스 등 종합지들이 민간인 인명피해가 더 큰 레바논의 피해보다는 이스라엘의 피해 상황에 초점을 맞추며 편파보도를 하고 있어 눈에 거슬린다. 동아시아 등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비난하고 이스라엘이 물리력 행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지만 미국 미디어를 보고 있노라면 레바논이 마치 ‘타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선입견을 가지게 된다. 부시 대통령도 전쟁이 터지자 잠깐의 머뭇거림도 없이 이스라엘 편을 들고 나설 정도로 미국은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두둔한다. 이처럼 미국 정계는 물론 방송들이 ‘레바논 두들기기’와 ‘이스라엘 껴안기’라는 속보이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미국 사회 깊숙이 파고들어 미국 사회의 주류로 자리를 꿰찬 유태인들의 막강한 로비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회 의원들은 유태인들의 표를 의식해야 하고 방송사들은 유태인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광고물량을 무시할 수 없다. 행정부 내에는 유태인 출신 각료들이 진을 치고 중요한 외교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레바논 전쟁을 놓고 중립을 지킬 수 없는 것은 그 이면에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유태인들의 거대한 로비 파워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로비는 총보다 더 큰 화력을 가지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정치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은 지금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놓고 국내 이해집단간 마찰로 혼란을 겪고 있고 미국 정부와도 힘겹게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 싸움을 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와의 협상은 ‘총성 없는 경제전쟁’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또 다른 전선을 구축해야 할 곳이 있다. 바로 미 의회다. USTR와의 협상에서 이겨 고지를 점령한다고 하더라도 미 의회가 이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에는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안타깝게도 미국 의회에서는 한국과의 FTA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개성공단의 한국산 인정, 한국 차의 미국수출, 개방이 더딘 농산물시장 등 미국 의회는 한국의 입장이 마뜩하지 않다. 한국 정부가 USTR와 전쟁을 치르는 동안 미 의회와의 ‘로비전쟁’도 병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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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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