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는 최근 2~3년간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실현한 회사다. 올해도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회사가 바로 포드다.
포드가 급성장한 비결은 바로 에코부스트(ecoboost) 엔진을 통한 다운사이징에 소비자들이 호응을 보냈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장의 대세가 된 다운사이징이란 차의 파워를 유지하면서 엔진 배기량을 줄여 연비 등 각종 경제성을 높이 기술이다. 다운사이징을 실현하려면 엔진이 더욱 강해져야 하고 차 무게는 대폭 가벼워져야 한다. 말은 쉽지만 대단히 어려운 과제다. 그렇지만 다운사이징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낸 포드, BMW, 폭스바겐 모두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포드의 프리미엄 브랜드 링컨이 만든 'MKZ'는 성공한 다운사이징의 세계적 대표 사례다. MKZ의 과거 모델은 가솔린 6기통 3.5ℓ을 채용한 차였다.
그러나 새로 나온 MKZ는 4기통 2ℓ 에코부스트 엔진을 달고 나왔다. 차 크기를 생각하면 놀랍도록 작은 엔진이다.
시승에 앞서 외관을 먼저 살폈다. 이 차를 다룬 기사는 워낙 많이 나왔으므로 이번 시승기에서는 역시 멋지다는 말로 설명을 줄인다. 시동 버튼을 눌렀더니 시동음이 대단히 조용하고 공회전 시의 배기음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일본차 보다 더 조용하다.
시트 위치는 높은 편이고 전방 시야는 탁 트여있다.
이 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기어 포지션을 바꾸는 장치가 버튼식이라는 점이다. D를 누르면 전진, R을 누르면 후진, P를 누르면 주차다. 처음엔 낯선데 쓰다보면 기존 기어봉 형태의 장치보다 편하다고 한다.
D 버튼을 누르고 천천히 가속했다. 1,500rpm 부근에서 기어가 바뀌며 속도를 높여 나간다. 조급하게 킥다운을 하지 않고 끊기 있게 기어 단수를 유지하며 가속해 나가는 느낌은 2ℓ 엔진을 단 차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믿음직스럽다. 시속 70~80㎞ 정도에서 최고 단수인 6단에 올라가고 시속 80㎞ 정속주행에서 1,500rpm이 나온다. 2,000rpm에서는 시속 110㎞까지 낼 수 있다. 2ℓ 엔진 답지 않은 고속 안정석이다.
이 같은 주행 성능이 나오는 이유는 2ℓ 에코부스트 엔진이 기존 3.5ℓ 엔진과 동일한 수준인 234마력과 37.3㎏·m의 토크를 갖췄기 때문이다. 공인 연비는 과거 모델보다 20% 향상된 10.2㎞/ℓ인데 공인 연비와 실제 연비의 격차가 적은 것도 특징이다.
이번엔 가속력과 코너링을 테스트하기 위해 서울 남산 소월길을 달렸다.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엔진 회전수가 4,000rpm까지 올라가며 차가 팡팡 튀어 나간다. 신기한 것은 이때 시끄러운 엔진소리가 안 난다는 점이다. 이 차는 기본적으로 조용할뿐만 아니라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이라는 소음 저감 기술도 적용돼 있다.
승차감은 미국 프리미엄 차답게 푹신푹신 안락하다. 과속방치턱을 넘는 느낌이 특히 부드럽다. 그렇지만 코너링은 깔끔하다. 안락한 차들은 코너링 때 출렁거리기 마련인데 이 차는 출렁거림을 상당히 줄였다. 조향에 대한 응답성도 빠르고 깨끗하다.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은 4,700만원이라는 가격이다. 차간 거리를 유지하며 정속 주행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보장치 등 온갖 고급 사양을 다 갖추고도 이 가격이다.
동급 독일 프리미엄 차들은 6,000만원이 넘고 국산 준대형차도 이 정도 옵션을 갖추면 상당히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경쟁력있는 가격이라고 평가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