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인터뷰] '십자군 이야기' 저자 시오노 나나미

"기독교-이슬람 화해·공생의 메시지 담아"


"한일합병, 즉 일본의 한국 식민지화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해석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큰 차이가 있으며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대해 각각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기술하고 해석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야 한다고 봅니다." '로마인 이야기'로 널리 알려진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74ㆍ사진)는 '십자군 이야기(문학동네 펴냄)' 한국 출간 이후 e메일 인터뷰에서 "역사적 사실과 역사적 인식은 엄연히 다른 것이고 주체에 따라 인식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공동 역사교과서 집필작업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 한국 측과 일본 측이 각자 옳다고 생각하는 역사 인식에 기초한 저서를 쓰고 그것을 서로의 언어로 번역해 상대방 국가에서 출판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탈리아 로마의 자택에 머물고 있는 그는 지난 7월7일 국내에 출간된 '십자군 이야기'에 대해 "'로마인 이야기' 이후 중세 1,000년의 공백을 하나씩 메우는 작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출간된 '바다의 도시 이야기'와 '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 그리고 '십자군 이야기' 이후 쓸 작품을 통해 중세를 네 시점에서 서술하겠다는 게 작가의 의도다. 작가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는 기독교와 이슬람 세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화해와 공생의 메시지가 '십자군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십자군 이야기에는 전쟁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200년에 걸친 십자군 역사에서 여러 차례 시도됐던 화해 혹은 공생을 위한 노력과 그것이 실패한 원인도 담겨 있어요. 그것들은 모두 역사적 사실이며 그에 대한 설명이 끝나가는 부분에 저의 역사인식도 덧붙어 있습니다. 공생이 영속적인 현실로 이어지기 위한 하나의 방책이지요." 그는 "아시아에서는 종교를 전면에 내세운 전쟁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십자군의 의미가 피부에 와닿지 않지만 중동과 유럽에서는 그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애초에 왜 이런 싸움이 시작됐는가를 알아보면 기독교와 이슬람 세계가 어째서 이렇게 싸우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필력을 발휘하고 있는 노작가는 "젊었을 때는 살기 위해 공부하고 생각하고 글을 썼다. 하지만 지금은 공부하고 생각하고 글을 쓰기 위해 살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시대를 수놓은 용장들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와 함께 다양한 개성을 지닌 제후와 장군들의 섬세한 심리까지 복원해낸 '십자군 이야기'는 국내 출간 후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3권 가운데 일본에서는 2권까지 출간됐다. 국내에서는 오는 10월 제2권이 출간되고 내년 상반기에 시리즈가 완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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