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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러지지 않으면서 평화롭게 북촌에 안착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대지에 지어진 공공건물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먼저 그 위치성에 주목하게 되는 건물이다. 군도형 열린 미술관으로 해석된 서울관은 분관이지만 사실상 본관 정도의 무게를 가지고 있는 건물로, 리모델링 건물인 것에 기인하기도 하겠지만 주변 환경을 수용할 뿐만 아니라 형태로나 배치로나 두드러지지 않으면서 평화롭게 북촌에 안착한 건물로 평가된다. 역사적 파편들, 즉 경복궁 동쪽 터였던 대지에 종친부, 기무사 등의 역사적 건물들 사이에서 필요한 프로그램을 삽입시키면서 대지 경계선 부근으로 다양한 마당이 중심이 되고 관람자가 선택한 동선을 따라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건물이 중심이 아닌 마당이 중심이 되어 움직이는 양식이 배제된 중성적 성격으로 지어진 건물은 작가의 의도대로 건물이 배경이 되고 마당과 관람자가 주인공이 되는 현대미술관의 전형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작품으로 평가됐다.
조화·에너지 절약·쾌적성 3박자 갖춰
풀무원 로하스아카데미
풀무원 로하스아카데미는 금단산 자락의 서측 계곡에 위치하며 경사지인 지형에 따라 자연스럽게 배치됐다. 일반적인 패시브 건축물들이 가지는 단순성과 폐쇄성을 극복하고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공간과 관계를 맺고 있다. 기존의 오솔길은 빛이 떨어지는 건물의 복도가 되고 옥상의 산책로는 외부의 길과 자연스럽게 만난다. 재료에도 세심한 노력이 보였는데 기존 건축물과 숲으로 둘러싸인 주변 환경에 어울리는 목재는 외부뿐 아니라 내부에도 쓰여 은은한 향기를 전하고 있고 숙소에는 황토를 사용해 편안함을 준다. 더불어 에너지 효율의 측면에서도 외단열, 기밀성, 외부전동차양, 냉난방 100% 지열 및 태양열 사용 등 꼼꼼하게 설계돼 있다. 친환경적인 건축을 만들겠다는 건축주와 설계자의 의지가 어느 한 부분에 머무르지 않고 주변 환경과 조화의 측면, 에너지 절약의 측면, 사용자 쾌적성의 측면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도시공간과 유기적 융합 노력 잘 나타나
메세나폴리스
공동주택에 대한 그동안의 경험과 반성은 공동주택이 스스로 자립하는 공간으로서보다는 도시의 다양한 기능과 연접되고 또 분리되기도 하면서 주변의 공간과 어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는가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켜 왔다. 메세나폴리스는 이에 대한 설계자의 관심과 노력을 평가받아 대상으로 선정됐다. 메세나폴리스는 하부의 상업공간을 분절해 길을 내고 이 길이 도시공간과 유연하게 연계되면서 활력있는 몰 공간을 형성한다. 특히 부지 모서리의 지상 레벨을 들어 올려 그 사이로 외부공간을 받아들인다는 개념은 설득력 있는 전략으로 평가됐다. 상업공간의 상부 데크가 인접한 도시공간의 가로와 단차가 생기지 않도록 연결해 통합한 조치도 도시공간과 적극적으로 융합하려 한 설계자의 세심한 노력을 잘 보여줬다. 이처럼 메세나폴리스가 갖는 유기적 조직화, 통합적 연계의 노력이 좋은 평가를 받은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제주 스테이 비우다
제주 스테이 비우다는 중문관광단지 근처, 마라도와 가파도가 내려다 보이는 울창한 귤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제주스러운 분위기의 부지에 있으며 주 진입로와 건물은 경사진 자연지형을 따라 유기적으로 배치됐다. 제주 돌담과 귤 창고에서 유추된 건축물 이미지는 처음에 언뜻 산만한 듯 보이지만 철저히 계산된 배치로 다양한 지붕선과 사방에서 각기 다른 조형미를 연출하고 있다. 여러 각도의 무채색 콘크리트 벽체는 햇빛을 받아 다양한 색채와 재질감으로 보여지며 건물의 입체감을 상승시킨다. 또 기단부의 현무암, 중간부의 합판 노출콘크리트, 상부 벽체의 송판 노출콘크리트의 분절된 디자인으로 노출콘크리트의 둔탁한 이미지를 해소하고 있다. 돌담, 바람, 전망 등 부지가 가지고 있는 자연여건을 적절히 사용해 제주 특유의 풍광을 유지하면서 완성도 높은 건축물을 계획했다.
권위적 도시 모습에 활력 불어넣어
국립세종도서관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에 건설된 국립세종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 분관의 역할만이 아니라 지역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건물로, 우선 그 형태의 상징성으로 인해 세종시의 권위적인 도시 모습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즉 행복도시의 다이내믹한 상징적 아이콘으로 여겨진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혼성된 개념으로서 감성적 형태, 감성적 공간 그리고 감성적 체험이라는 3가지 개념으로 설계된 감성도서관은 전 단계에 걸쳐 BIM 기술이 적용된 건물로 높이 평가된 건물이다. 가장 인상적인 공간인 도서관의 로비는 기본적인 기능 외에도 이벤트가 가능할 정도로 매우 넓을 뿐만 아니라 마치 문화회관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열려있어 공간과 시민들이 소통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소박하면서도 공공을 위한 배려 돋보여
가회동 성당
가회동 성당은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북촌로 변에 위치하며 성당의 많은 부분을 개방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외부 사람들을 위한 공공화장실, 북촌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옥상 마당 등 공공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며 이는 설계자의 의지뿐 아니라 이를 적극 수용한 건축주와의 긴밀한 협력관계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기존 도시 조직의 스케일과 괴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하 공간을 적극 활용해 지상 볼륨을 줄였고 법적 사항이 아님에도 주변 맥락을 고려해 전면에 한옥 형태의 사랑채를 계획했다. 몇몇 종교건축물들이 교세를 과시하며 과도한 스케일로 지어지고 있는 시점에 주변 환경과의 적절한 조화와 소박하지만 외부 방문자를 위한 공공적 배려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공간구성 독특… 공동주택 새로운 시도
서울강남지구 A3블록 공동주택
서울강남지구 A-3BL 공동주택은 실제 입주가 이뤄지고 일상생활이 채워지면서 공동주택의 새로운 시도로서의 적정성이나 수용성을 보여주고 있다. 흔하게 보이는 판상형 주거동을 일자 평행배치한 방식이지만 특별건축구역에서 허용하고 있는 인동거리 완화 조항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독특한 공간 구성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매우 평가할 만한 선례로 기능할 것이다. 매스는 매우 단순하며 입면 역시 매우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으나 주거동별 색채 구분과 이에 따른 변화감, 저층부과 고층부의 현격한 대비를 통한 스카이라인 구성 등 이전과 차별화된 단지 구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낮게 들어앉은 건물… 수평 이미지 구현
혼신지 집
건축부지는 연꽃으로 가득 찬 혼신지를 마주하고 있는 평평한 대지다. 각각의 기능을 가진 두 개의 매스가 평행으로 배치되고 사이 공간을 통해 주 진입이 이뤄진다. 청석으로 된 담장은 건물과 대지를 연결하고 있으며 외부의 알루미늄 수평부재는 햇빛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낮게 깔린 건물의 수평 이미지를 강조한다. 또한 외부의 시멘트 보드와 내부의 화이트 오크 마감은 내외부로 관입된 일정한 모듈의 알루미늄 수평띠에 의해 이미지가 연결돼 보인다. 더불어 수평띠와 목재 모듈이 거실 유리 가구로 반복되면서 거실 가구를 시야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 거실 서측에 벽으로 둘러싸인 바깥마당의 가변형 벽체는 혼신지의 전망과 연꽃 향기를 다양하게 조절하도록 계획했으며 덧문, 방문, 배수홈통에서 보여지는 정교한 디테일과 개성적인 디자인이 엿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