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명차 나들이] 벤츠S600L

중후함·호사로움 갖춰 '도로위의 펜트하우스'



[명차 나들이] 벤츠S600L 중후함·호사로움 갖춰 '도로위의 펜트하우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co.kr '도로 위의 펜트하우스'라는 말보다 더 적합한 표현이 있을까. 이제는 성공한 사람들의 신분증처럼 돼버린 메르세데스-벤츠. 그중에서도 가장 최상위급 승용차가 먼 발치에서부터 다가온다. 리무진급으로 휠베이스(윤거)를 길게 늘인 'S600L'(사진). 은색의 굴곡진 차체를 번쩍이며 성큼성큼 다가서는 모습이 영락없이 대관식에 오르는 왕의 풍모를 떠오르게 한다. 말 517마리에 비견되는 엔진의 힘이 차체 주변에서 오로라처럼 불끈거리는 것 같다. 차체 중량만 해도 무려 2.26톤. 이 거대한 몸체가 마치 크림이 커피에 녹아들 듯 사르륵하며 눈앞에 멈춰선다. 독일계 세단이라고 하면 흔히 정숙성이 떨어진다고 오해하기 쉬운데 이 같은 통념이 깨어지는 순간이다.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 여느 자동차라면 먼저 운전석에 앉겠지만 이번엔 뒷좌석부터 착석해보기로 했다. S600L을 사려는 사람이라면 본인이 직접 차를 모는 것보다는 운전기사를 두고 뒷좌석에 앉는 일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장의 고급스러움은 호텔의 펜트하우스를 방불케 한다. 천장과 A필러를 최고급의 알칸타라 가죽으로 도배를 하다시피했고 캘리포니아산 원목을 사용한 호두나무 느낌의 우드트림으로 악센트를 찍었다. 뒷좌석은 시트마다 각각 별도의 액정화면(LCD)을 장착하고 있어 탑승객들이 서로 다른 영화나 TVㆍ게임 등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시트는 전좌석 모두 12가지 자세로 조정할 수 있고 여기에 간단한 음료 등을 담을 수 있는 냉장고까지. 한마디로 자동차가 누릴 수 있는 호사는 거의 다 갖춰져 있다. 한층 넓어진 실내공간 또한 마음을 사로잡는다. 차체를 늘인 롱 휠베이스 모델인 만큼 차체 길이(전장)는 130㎜, 휠베이스(윤거)는 135㎜ 가량 길어졌다. 특히 뒷좌석 승객이 다리를 두게 되는 공간(레그룸)은 종전보다 52㎜ 확장돼 더 여유로운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마침 서울 광장동의 W호텔에서 한 기업의 행사가 예정돼 있어 직접 차를 몰고 올림픽대로에 들어섰다. 조금 있으면 차량이 늘어날 시간대라는 생각에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고속구간에 들어서면 느껴지는 묵직함이 묘한 중독감을 일으킨다. 촉박한 시간 걱정에 잠시 넋을 놓고 있었는데 속도 계기판 바늘이 벌써 절반을 훌쩍 넘어서 있다. 불과 4.6초면 시속 100㎞를 돌파하는 차량이라는 점을 간과했던 것이다. 브레이크에 발을 얹자 반박자 후부터 감속이 시작된다. 가속과 감속 타이밍은 일반 세단보다 반박자 정도 느린데 이는 속도가 급변할 때 승객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한 배려다. 행사장에 도착하자 발레파킹을 하러 나온 출입구의 직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뒤에 타신 분은 안 계십니까"하고 묻는다. 기자를 운전기사로 착각한 것이다. 순간 얼굴이 붉어졌지만 이 차가 뒷좌석의 VIP용 세단이어서 생긴 헤프닝이란 생각에 피식 웃음을 삼켰다. 입력시간 : 2006/09/0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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