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동자금을 산업자금으로] 美, 연금투자 프로그램으로 90년대 장기 대호황 일궈

“종합주가지수가 800선 안팎에서 움직일 정도로 많이 올랐지만 개인투자자들과는 상관 없는 일입니다.” 지난 3월 이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주식시장을 씁쓸하게 바라봐야만 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푸념이다. 지수만 올랐을 뿐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의 수익률은 영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간접투자 쪽에 눈을 돌렸던 투자자들 중에는 상대적으로 꽤 높은 수익률을 거둔 사람들이 많다. 주식편입 비중이 높은 성장형 펀드의 경우 지수 상승분 만큼의 수익을 챙겼고, 보수적으로 운용되는 안정형 펀드도 시중금리를 훨씬 웃도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간접투자시장 확대는 기관육성이라는 거시적인 차원 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유용한 재테크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앞으로는 직접투자를 하는 개인과 간접투자를 하는 개인간의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간접투자 수익률 높다=펀드평가 전문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4일 현재 주식 편입비중이 70%가 넘는 성장형 펀드의 6개월 평균수익률은 31.32%이며 지수를 좇아가도록 설계된 인덱스형 펀드도 6개월간 평균 34.66%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는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이 32.41%인 점을 감안할 때 이들 간접투자 상품은 지수상승에 따른 혜택을 고스란히 나눠 가졌음을 나타낸다. 코스닥의 간접투자 상품은 지수상승률을 압도한다. 코스닥시장은 투자자들로부터 철저히 소외돼 있지만 코스닥형펀드와 안정형펀드의 지난 6개월 평균수익률은 각각 14.31%, 8.95%에 이른다. 박중진 동양종합금융증권 사장은 “개인의 직접투자 수익률이 저조한 것은 외국인 주도의 차별화장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개인들이 증시 상승에 따른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가치평가와 자산운용 면에서 전문성을 갖춘 간접상품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접투자 문화 정착돼야 기관 제역할 찾아=하지만 간접투자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지난 99년 250조원을 웃돌기도 했던 국내 간접투자 시장규모는 11월 현재 146조원으로 100조원이상 줄었다. 또 지난 3월이후 종합주가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갔어도 간접투자 시장에서는 34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물론 개인 투자자들이 간접투자시장을 외면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대우채 및 카드채 사태를 겪으면서 기관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있기 때문이다. 신뢰를 잃기는 쉬어도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은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 같은 악순환은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담당해야 할 기관들의 모습을 국내 증시에서 찾아 보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간접투자시장은 건전한 자본구조 정착의 밑거름=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지난 90년대 `10년 대호황`을 보인 것은 `401k`로 대변되는 기업연금 프로그램에 의해 가입자가 투자대상을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주식 수요기반을 확충한 것이 밑바탕이 됐다고 분석한다. 더욱이 간접투자는 직접투자와 달리 보유기간이 길어 부동자금을 기업들의 산업자금화하는 역할을 했다. 안창희 한화증권 사장은 “90년대 미국 증시의 장기호황은 개인들의 자금이 간접투자를 통해 우량주식에 집중되고 이 자금이 산업자금화하면서 경제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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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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