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결정적인 순간의 냉정

제11보(143~163)


쌍방이 벼랑 끝에 섰다. 입장은 쌍방이 모두 다급하다. 조금 전까지 승세를 구가했던 흑으로서는 기막힌 일이다. 승세를 효과적으로 굳히지 못한 것이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들었다. 백44가 선수로 놓였다. 이렇게 되면 좌상귀의 흑이 좌변으로 넘어올 수가 없으니 자체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자체로 완생을 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백48이 멋진 수순으로 엄청나게 큰 패가 벌어지게 되었다. “아아. 버리고 둘 작정이군요.”(루이9단) 흑53으로 따내는 것을 보고 루이9단이 감탄을 했다. 흑53은 결단의 한수였다. 참고도1의 흑1로 두면 백2로 집어넣어 패가 나는데 백4로 기어나오는 것이 적절한 팻감이 되며 이곳에서 계속 여러 차례 팻감이 생긴다. 이 코스는 흑이 견딜 수 없다. “결정적인 순간에 냉정을 찾다니. 역시 장쉬도 대단하군.”(서봉수9단) 이번에는 다카오가 고민에 빠졌다. 패를 결행하자니 팻감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그는 54로 잇는 자중책을 선택하고 말았다. 결국 패가 벌어졌다. 장쉬는 좌상귀를 모두 버리고 흑61, 63을 연타하는 것으로 보상을 얻어냈다. “이건 흑이 유망해 보인다. 백도 더 냉정한 구상을 했어야 했던 모양이다.”(서봉수) 냉정한 구상이라면 백54로 참고도2의 백1에 두어 버티는 길이다. 이 코스면 승패불명이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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