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된장은 부모의 마음이다

TV 드라마 장금이의 여파였을까. 요즘 된장ㆍ고추장ㆍ김치 등 우리 전통 식품들이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몸에 좋고 조상의 지혜가 잘 녹아 있으며 우리의 정서를 잘 담고 있는 전통 식품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사람마다 다양한 답변을 내놓겠지만 아마도 된장을 따라올 만한 전통 식품은 없을 것이라고 감히 자부한다. 최근 들어서는 된장의 항암 효과, 영양성분 분석 등 과학적인 연구 결과들이 발표돼 그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지만 이런 거창한 효능들을 다 차치하더라도 된장은 단어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맛있고 좋은 먹을거리들이 풍성해진 요즘에도 사람들이 유독 된장에 많은 애착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 어린 시절 된장을 만들던 어머니나 할머니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을 듯하다. 콩의 수확부터 된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된장을 만드는 매일매일의 그 정성은 갓 태어난 아기를 보살피는 부모의 마음과 너무나 닮아 있다. 된장의 주재료인 메주를 빚기 전에 맨 먼저 콩을 한 알 한 알 고르는 정성과 말 못하는 미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과정, 그리고 잘 발효되기를 마음속으로 빌며 기다리는 간절함의 시간…. 이렇게 정성의 마음으로 만들어진 된장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된장에 애착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요즘 아이들은 된장에 대한 아스라한 추억이 없다. 예전처럼 집에서 어머니나 할머니의 정성과 마음이 담긴 된장을 담그던 과정을 경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몸에 좋다는 우리 전통 식품은 외면하고 패스트푸드 등 인스턴트 식품만 좋아하는 아이의 식성만 탓할 일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부모들부터 올바른 전통 음식문화 정착을 위해 변해야 한다. 된장을 담그지 못한다면 배우려고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내 어머니의 그 손맛이 안 난다면 닮아보려고 애라도 써봐야 한다.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손쉽게 뚝딱 좋은 음식이 만들어지길 바라고 내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된장의 마음이 아니라 패스트푸드의 마음일 것이다. 된장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맛과 건강만이 아니다. 된장에서 우리 부모의 마음을 배우자. 그 깊고 구수한 마음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가르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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