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황은 불황'…집배원 가방도 고지서만 잔뜩

"집배원이 요즘은 고지서 배달부지요. 요금고지서만 잔뜩 쌓여있어 주인이 찾아가지 않는 우편함을 보면 맘이 않좋아요"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집배원의 배달 가방과 우편함에도 각종 요금 고지서만 잔뜩 쌓여가고 있다. 3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올들어 7월말까지 취급한 우편물은 28억통으로, 이중 각종 고지서, 정기구독물 등이 포함돼 있는 감액 우편물(다량 발송으로 우편요금을 감액해주는 우편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60%.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고지서, 독촉장 등의 우편물이 얼마나 늘었는지 따로 집계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안부를 묻는 편지는 줄고 각종 고지서 배달이 느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일선에서 우편배달을 하는 집배원들의 체감지수는 더 하다. 23년간 집배원으로 일해온 김충남(51)씨는 "매월 15∼22일 사이에 각종 카드 고지서들이 집중돼 있어 평소 1천500∼1천800통 배달하다 이때가 되면 5천통까지 늘어난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평균 하루에 500여곳에 우편물을 배달하지만 연애편지와 군대에서 온 편지 등 100여통을 제외하면 모두 각종 고지서나 공공ㆍ광고성 우편물 등이 대부분이라는 것. 김씨는 "옛날에는 동네 어귀에만 가도 빨간 자전거를 보고 사람들이 뛰쳐나와 반갑게 맞아줬지만 요즘은 어림도 없다"며 "각종 고지서만 많아서 `제발 좋은 편지 좀 달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등기우편물의 경우 집안에 사람이 있는 데도 대답도 안하고 문도 안열어주기도 한다"며 "법원서 오는 송달물, 세금독촉장, 금융관련 압류 통지서 등 경제적으로 문제가 될 내용이 많아서 아예 받으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수취인이 없어 반송 또는 폐기되는 우편물이 늘어나는 것도 집배원들의 고민. 집배원 박모(45)씨는 "채권, 채무 내용증명 등 등기우편물을 배달하더라도 수취인이 없어 반송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며 "발송기관에 반송하려 해도 우편물을 받으려 하지 않아 반송불능으로 폐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주부 김정숙(45)씨는 "경기도 안좋아 요즘은 1만원에도 벌벌 떠는데 집에 가보면 고지서만 잔뜩 쌓여있어 속상하다"며 "요즘은 집배원이 고지서만 배달하지 않고 뜻밖의 좋은 소식을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ㆍ김병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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