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과학에 대한 불신이 공포 악순환 불러

■ 우리는 왜 공포에 빠지는가 (프랭크 푸레디 지음, 이학사 펴냄)


봄비가 촉촉히 내리건만 거리에는 비옷과 장화, 마스크로 '중무장' 한 사람들이 눈에 띈다. 일본 대지진 여파로 인한 방사능 공포 때문이다. 일본에서 잡힌 생선에서 발견된 세슘의 공포는 생물 생선 대신 굴비 같은 저장 생선이 불티나게 팔리게 해 수산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한국은 안전하며 방사능에 노출된다 하더라도 인체에는 무해하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맹목적이고 비이성적인 듯한 공포 분위기의 확산은 멈출 줄 모른다. 때마침 나온 '공포' 현상을 파 헤친 이 책은 그래서 눈길을 끈다. 헝가리에서 태어나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회학자인 저자는 "단순히 특정한 위험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삶을 해석하는 하나의 문화적 은유"로서 공포의 실체에 접근했다. 그는 공포의 원인을 '신뢰의 상실'에서 찾는다.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이 불확실성을 줄이고 안전성 증진에 기여했지만 '인간 불신'이 불안감까지 줄이지는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우리 사회의 공포문화는 인간 존재로서의 우리 자신에 대한 공포"라고 말하는 저자는 공포 문화 자체보다 그러한 공포 문화가 인간관계에 미친 악영향에 더 주목한다. 한편 과거의 공포는 인간의 통제 밖에 있던 자연이었다면 오늘의 공포는 인간 생산물에 의한 공포로 바뀌었다. 게다가 현재 우리는 특정 대상이나 사람이 우리를 위협할 때 공포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위험의 '가능성'에 대해 공포를 느낀다. 공포가 불신을 낳고 불신이 다시 공포를 증폭시키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저자는 "공포에 떨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공포에 대한 자기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만9,000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