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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국회 본관 2층 새누리당 대표실,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했다. 담뱃값 인상과 내년 예산안을 당 지도부에 보고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문 장관이 2,000원 인상안을 보고하자 당의 주요 참석자들은 대체로 우려를 표했다. "국민건강과 세수증대를 위해 바람직하긴 하나 서민부담 가중 등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회의가 끝난 뒤 강석훈 정책위 부의장은 "정부가 새누리당의 1,500원 인상안대로 12일 입법예고하지 않겠느냐"고 당정 수뇌부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이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 경제부총리는 정부안을 밀어붙였고 문 장관은 2,000원 인상안을 발표했다. 한 마디로 정부가 집권당의 의견을 무시하며 여당의 체면이 일그러진 순간이다.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민생·경제법안, 새해 예산안과 기금운용안, 세법, 국정감사 등이 산적한 상황에서 '을'인 정부가 '갑'인 여당을 제친 모양새로 당정 역학관계가 일순간에 뒤집어진 것이다.
이에 정치권과 정부 안팎에서는 "최경환이 진짜 세긴 세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물론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 정부안에 대해 나름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고는 하지만 친박(박근혜)계 원로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다수의 참석자들이 정부안을 반대했는데도 최 경제부총리가 뚝심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최 경제부총리는 이날 공개회의에서 김 대표와 국가 재정건전성을 놓고 미묘한 기류를 보였고 이어 열린 비공개회의에서도 김 대표에게 또박또박 말대꾸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가 최 경제부총리에게 재정악화 우려를 표했으나 최 경제부총리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8.5%선으로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일축한 것이다. 이에 김 대표가 "그것은 공기업 부채를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포함하면 60%대"라고 재차 지적했으나 최 경제부총리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공기업 부채를 재정건전성을 산출할 때 포함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 대표도 밀리지 않고 또다시 "미국은 공기업이 거의 없지만 우리나라는 공기업 부채가 천문학적"이라고 다시 문제를 제기했으나 최 경제부총리 역시 끝까지 물러나지 않았다.
이 같은 최 경제부총리의 모습은 박근혜 대통령의 돈독한 신임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할 때 "최 경제부총리만 바라본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심지어 '부통령' '정무장관' 역할을 한다는 질시 어린 지적이 나올 정도다. 여권 일각에서는 "김무성이 박 대통령을 의식하는 사이 최경환이 독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김 대표 역시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 내공이 만만치 않아 양자 간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는 직접 각을 세우지는 않지만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최 경제부총리에 대해서는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