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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경제살리기라는 범정부 차원의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중소상공인에 대한 세무조사의 칼끝을 잠시 내려놓는다. 세수 펑크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에 대한 세정간섭을 자제함으로써 원활한 기업 활동을 돕는 것이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세정 당국의 역할이라고 본 것이다. 이 같은 의지는 임환수 국세청장이 29일 전국 관서장 회의에서 밝힌 "가혹한 세금이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의미의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사자성어에 잘 반영돼 있다.
국세청이 29일 발표한 중소상공인 세정지원 방안은 중소기업들의 세무조사의 부담을 덜어줘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골자다. 130만여 개 중소기업에 내년 말까지 세무조사를 유예하고 법인세나 부가가치세 등의 신고 내용에 대한 사후검정을 중단함으로써 기업 활동에 전념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에 대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무조사를 중단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면 결국 전반적인 세입 여건도 호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세수 확보보다 경기심리를 살려 경제에 온기가 돌게 하는 것이 중장기적인 경기회복에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다만 국세청은 이번 세정지원이 경제 활성화에 방점이 찍혀 있으며 대기업 등 재벌기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밝혔다. 대기업 계열법인과 세법 질서 문란자, 구체적 탈세 혐의자 등은 세무조사 유예 등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세청의 주요 지원 대상을 보면 음식·숙박업과 여행·운송업, 농·어업 및 농·수산물 판매업, 건설·해운·조선업 등 108만개 기업이 포함됐다. 모두 경기 침체에 어려움을 겪는 업종에 집중돼 있다. 게다가 매출액 기준을 1,000억원 미만으로 정함으로써 지원 대상을 중소기업으로 분명히 했다. 이 밖에 스마트자동차·5세대 이동통신 등 미래성장동력산업, 영화·드라마 등 문화콘텐츠산업, 지식기반산업, 주조·금형 등 뿌리산업 분야 22만개 업체도 지원 대상이다. 일자리 창출 기업, 거제와 목포의 조선업 연관산업처럼 업황 부진지역 특성 업종을 각 지방국세청장이 선정해 세무조사 유예 등의 지원을 할 방침이다.
김봉래 국세청 차장은 "지원 대상 기업 가운데 자금난을 겪는 경우 국세 납기 연장, 징수 유예, 체납처분 유예, 부가가치세 환급금 조기 환급을 통해 세정간섭 없이 기업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