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스팸메시지 유감

“배터리 닳았어? 연락 좀 하면서 살자. 오빠~ 010-5X0X-1681.” 저녁 시간에 발신자를 알 수 없는 문자메시지가 날아들어왔다. 낯선 전화번호였지만 연락이 끊어진 후배라고 여겨 전화를 걸었다. “오빠. 저 모르시겠어요. 얼마 전에 채팅하지 않으셨나요.” 전화를 걸어본 후 허탈감과 분노를 지울 수 없었다. 스팸 문자메시지였다. 혀를 내두를 만한 ‘잔머리’ 수법이었다. 스팸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스팸 메시지 홍수 속에 사는 세상이다. 인터넷에는 하루에 수십통의 스팸 메일이 쏟아지고 미니홈피와 블로그에 달린 스팸 댓글을 지우느라 진땀을 흘려야 한다. 휴대폰 스팸 문자메시지도 하루에 3~4통은 기본이다. 휴대폰 스팸이 인터넷 스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갑작스러운 벨소리와 함께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문자메시지(SMS) 발송 건수는 2억5,000만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절반이나 될까. 대출 권유, 성인물 등을 광고하는 스팸 메시지로 문자보관함은 늘 넘쳐흐른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1인당 하루 평균 휴대폰 스팸 수신량은 지난 5월 0.99통에서 9월에는 0.67통으로 줄었다. 정통부는 “하루에 문자메시지 발송량을 1,000통으로 제한한 정책이 효과를 봤다”며 자화자찬 성격의 설명을 곁들였다. 하지만 정통부의 통계는 3,000개의 가상 휴대번호로 만든 ‘스팸 트랩’을 만들어 집계한 결과기 때문에 실제 이용자들이 느끼는 체감량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거의 모든 이동통신 가입자가 스팸 문자메시지로 골머리를 앓는다. 순간적인 착각으로 답신을 하다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과도한 요금까지 부담하는 경우도 많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스팸정책은 창과 방패의 싸움과도 같아 100%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 정책을 보며 100% 막으려는 의지는 있는지 묻고 싶다. 보다 강력한 스팸 대응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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