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선관위 디도스 공격 유감

지난 1960년 3월14일. 당시 여권이었던 자유당은 다음날 있을 대통령ㆍ부통령 선거에 대비해 모든 선거함에 당시 후보였던 이승만, 이기붕이 찍힌 위조 투표지를 무더기로 집어넣었다. 선거 당일에는 돈으로 매수한 유권자에게 수십장의 투표지를 손에 쥐어줘 자신들의 후보를 찍게 했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 선거 관리인을 미리 투표소에서 쫓아낸 뒤 이 같은 일을 벌였다. 이 유명한 3ㆍ15 부정선거 사건은 이후 4ㆍ19 혁명을 불러왔고 이승만(하야)ㆍ이기붕(자살) 체제는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이후에도 우리나라의 선거에서는 각종 왜곡행위가 자행돼 왔다. 상대방 후보에게 사상적 굴레(매카시즘)를 덮어씌우거나 자기에게 유리한 선거 구도(지역주의)를 만들거나 하는 식이었다. 후보자 본질과는 상관 없는 부분을 확대해 네거티브 공세를 펴는 것은 지금까지도 유용한 선거 왜곡 수단으로 이용돼 오고 있다. 다만 이것들이 과거 3ㆍ15 부정선거와 다른 점은 적어도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방법으로 선거를 조작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국민은 우리 사회에서 불법에 의한 선거 방해 공작은 3ㆍ15 부정선거를 끝으로 더 이상 재발하지 않을 것으로 이해해왔다. 하지만 이 반복되지 말아야 할 비극적 역사가 21세기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재현됐다. 한나라당 유력 정치인의 수행비서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홈페이지를 다운시키는 방식으로 투표를 방해하려 했다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불법 행위가 10ㆍ26 서울시장 선거 때 이뤄졌다. 이 믿기 어려운 현실 앞에 한나라당의 태도는 지나치게 안일하다. 집권 여당으로서 최소한의 사과는커녕 "나는 모르는 일(최구식)", "큰집 살림을 하다 보니 바람 잘 날이 없다(홍준표)"는 등 변명 찾기에 급급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번 사태를 27살의 개념 없는 비서의 치기 어린 행동으로 치부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 하는 자리에서도 "3ㆍ15 부정선거는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이 무책임한 발언의 역사까지도 반복되는 게 한국 정치의 현실이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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