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1일 한낮. 부평역 북부광장에서 이세돌을 비롯한 6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밥과 삼계탕을 퍼나르고 있었다. 비씨카드가 주최하는 독거노인 위로 잔치. 비씨카드배 우승자인 이세돌과 비씨카드의 후원을 받는 프로골퍼 김하늘이 특히 인기를 모았다. 이세돌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노인들에게 다정한 인사를 하고 다녔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봉사의 기쁨에 젖어 이세돌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활기를 보였다. 프로기사가 몸으로 봉사에 나선 것은 초유의 일이었다. 전에 몇차례 시민들에게 다면기를 베풀거나 군부대에 찾아가 바둑상대를 해준 일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바둑판을 통한 서비스였는데 이번에는 순수한 땀의 봉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흑35와 백36은 각각 자기 진영 굳히기로 흠잡을 데 없는 수순이다. 흑37은 참고도1의 흑1, 3이 보통이지만 이세돌은 그것을 슬쩍 비틀고 있다. 흑39는 이세돌 특유의 과욕. 참고도2의 백2로 받아주면 3으로 두겠다는 구상이지만 백이 40으로 먼저 오자 응수가 곤궁하다. 흑39로는 그냥 바로 그 자리(참고도2의 흑3)에 두었어야 했던 것이다. 기분이 조금 상한 이세돌은 하수 다루듯이 좌충우돌 백진을 헤집기 시작했다. 그러나 구리의 응수는 추호의 흔들림이 없었다. 백44도 멋지고 백46도 아주 멋지다. 백50도 가장 강경하고 정확한 응수. 흑의 대응이 아주 어렵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