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스크린 속 패션] <8> 정사

[스크린 속 패션]정사 무채색 의상 차분한 분위기와 잘맞아 '연하의 남자와 연상의 여자'.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낯설게 들리지 않는 말이 됐다. 서른 아홉살 주부가 열 한살 터울 연하의 남자와, 그것도 자기 동생의 약혼자와 나누는 사랑은 어떤 색일까. 영화 '정사'는 노골적인 제목과는 달리 시종일관 차분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다.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랑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정열적인 붉은 색도, 풋풋한 느낌의 핑크빛도 아니다. 빛과 명암만이 존재하는 무채색에 가깝다. 이 영화의 의상을 맡은 디자이너 정구호씨는 주인공 서현(이미숙)과 우인(이정재)에게 검은색, 흰색, 회색 등 무채색 의상을 입혔다. 여기에 간간히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는, 그러나 조금은 우울한 푸른색이 등장한다. 그의 의상은 영화 속 인테리어, 조명, 심지어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음울한 느낌의 배경음악과도 너무나 잘 맞는다. 비슷하게 보이지만 약간은 다른 디자인의 검은색 의상을 입은 두 주인공이 하얀색 벽 앞에 서있는 모습은 그대로 한편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안개 낀 푸른색의 호수를 엇갈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두 주인공의 의상 역시 검은색과 흰색이다. 이 영화는 결국 여주인공 서현이 남편과 아이마저도 포기하고 그녀의 인생의 어쩌면 마지막 사랑일지도 모르는 우인을 선택하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 미지의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그들의 사랑은 과연 총천연색으로 빛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윤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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