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 참가할 해외 화랑의 섭외를 위해 유럽에 갔을 때 일이다. 시차관계로 잠을 이루지 못해 호텔 근처의 작은 카페에 들렀다가 우연히 펀드 관계자들과 어울리게 됐다. 필자가 그들에게 화랑을 경영한다고 말했더니 반색을 하며 지금 그네들 펀드에서 올해부터 아시아의 젊은 작가들에게도 투자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며 그 이야기로 밤새 열을 올린 적이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들의 관심은 대부분 중국 작가들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타난다. 많은 화상들이 펀드를 결합해 40대 전후의 중국 작가들을 세계 금융시장에 투자종목으로 올려놓고 있다.
저금리와 불확실성의 시대에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하는 예술품 투자라는 종목을 넣어 최상의 포트폴리오를 짜내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국민의 문화예술 수준뿐만 아니라 화상들의 높은 안목과 기획력, 확실한 감정기구, 탄탄한 경매시장이 뒷받침돼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서구시장의 경향에 발맞춰 몇몇 아시아의 화상들도 국경을 초월해 우수한 신진작가를 발굴해 세계시장을 겨냥한 중장기(5~20년)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근 한국 문화예술은 놀랍도록 성장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아직도 미술시장에 대한 투자의 면에서 지원은 다른 문화예술에 비해 미흡한 실정이다. 이러한 때에 세계 흐름에 발맞춰 우리나라의 펀드들도 문화예술시장에 좀더 관심을 갖고 선진투자기법으로 예술품 투자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넣는 것은 어떨지 조심스럽게 제안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