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단순한 폭력에 멍든 영국

폭력이 영국을 휩쓸고 있다. 이를 폭동이라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해보인다. 폭동은 불만을 가진 사람들의 자발적인 분노가 폭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분노 분출의 정당성은 이들이 주장하는 근본적인 불만사항이 정당한 것인지에 달려 있는 문제다. 하지만 이번 폭동은 경찰이 갱단에 소속돼 몇 가지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마크 더건을 총을 쏴 죽인 것이 발단이 됐다. 런던 북부 토튼햄 지역의 약탈과 방화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영국 경찰은 160명이 넘는 시민들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이 같은 경찰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이번 폭동은 영국 경찰이 거리 안전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무너뜨렸다. 최근 며칠 사이 런던에서는 시민들이 항상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믿는 강박관념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시민들에게 거리에서 물러나 법을 준수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지금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시민들도 이 같은 범죄 행위가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루빨리 이를 그만둬야 한다. 한편에서는 이 같은 범죄의 원인이 빈곤과 정부의 긴축재정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영국 정부의 재정 지출은 역사상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사회안전망도 매우 튼튼하다. 영국 사회의 사회안전망은 전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잘 구축돼 있다. 지금 영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은 보기 드문 일이다. 작가 겸 정신과 의사인 시오도르 달림플은 최근 "영국사회에 왜 이렇게 많은 절도범이 있는지가 아니라 왜 이렇게 절도범이 적은지를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12명의 주택 강도 중 단 한 명만 경찰에게 잡힌다"며 "또 이들 중 유죄판결을 받아 감옥에 가는 사람은 12~13명 중에서 한 명 뿐이다"고 덧붙였다. 즉 경범죄에 대한 관대한 용인이 오늘날 영국 사회의 문제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이번 폭동은 18세기 배고픔에 시달린 하층 민중들의 봉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또 현재 그리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동과도 다르다. 이는 단순한 훌리거니즘(폭력행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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