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선거의 ‘정치경제학’] 선거前 부양책-집권후 긴축

자본주의 체제내 선거와 경제간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우리나라와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대선과 총선이 몰려있는 올해 각국 선거로 인한 정정(政情)이 모처럼 회복세를 타고 있는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선거가 정치활동의 한 부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및 결과가 경제에 즉각 영향을 미치고 향후 경제 흐름을 결정적으로 가를 수 있는 만큼 `선거의 정치경제학` 적 의미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선거 이전에는 집권당이 재선을 노려 경기확장 정책을 구사하기 때문에 경기 부양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대통령 재임(4년의 경우) 기간중 1년과 2년 사이에는 경기가 힘을 못쓰다가도 3년 이후부터는 집권당이 재선을 겨냥, 경기회복에 나선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거전에는 경기부양 가능성 높다(PBC 이론)=선거와 경제에 관한 이론체계로 `정치적 경기순환이론(Political Business Cycle Theory)`이 있다. 지난 70년대까지 서구 정치학자들은 집권당은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재선 직전에 경기가 정점에 닿게 하려고 노력한다는 PBC 이론을 지지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집권당은 선거가 있기 전에는 통화량이나 정부지출을 늘린다든지, 조세를 줄이는 방법으로 경기부양에 나섬으로써 유권자들로부터 더 많은 표를 얻고자 한다. 하지만 선거에서 승리하면 물가안정을 위해 바로 긴축정책을 단행, 경기과열을 진정시킨다. 즉, 경기는 선거라는 정치적인 사건에 따라 호황과 불황의 주기적인 반복을 이어간다는 논리다. 실제 미국과 독일,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는 선거가 임박해서는 실업률이 줄어들고 개인의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후 2년 동안은 경기가 부진하다(대통령 선거사이클 이론)=선거 직후 2년간은 신임정부가 개혁 등 가혹한 정책에 치중하면서 경기가 다소 부진한 패턴을 보이지만 3년부터는 재선을 의식해 경기부양에 나선다는 것이 `대통령 선거사이클 이론`의 주요 내용. 실제 미국 대통령의 임기중 재정지출 증가율(49년~2000년)을 보면 집권 1년과 2년에는 증가율이 평균치에 미치지 못했지만 3년과 4년 들어서는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등 경기확장 정책을 전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식시장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지난 1905년 이후 총 24번의 미 대통령 선거 사이클 중 모두 20번에 걸쳐 집권 3년차의 다우지수는 상승세를 연출했다. 53년 이후로 다우지수는 집권 3년차에 연평균 18.3%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반면 1년차 실적은 3%, 2년차 실적은 6.5%에 그쳐 대조를 이뤘다. 지금의 부시 행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다우지수는 1년차에는 7% 이상 떨어졌고 2년차에는 16%의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3년차인 지난해에는 강한 랠리를 구가했다. ◇불확실성 증대로 축소되는 상관관계=PBC이론과 대통령 선거사이클 이론이 선거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유용한 도구인 것은 사실이지만 테러 등 돌발 변수들이 언제 터질 지 모를 올해의 경우 이론 대로의 적용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의 경우 부시 정부가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표심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테러와 반미 정서 등의 확산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예단키 어렵다. 최근 치러진 총통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극심한 혼란으로 금융시장이 유례없이 휘청거리고 있는 타이완은 대표적 사례며 탄핵 등 정치불안에 휩싸인 우리나라 역시 같은 경우다. 경제단위가 단일국가로 한정되고 국가간 경제교류가 적었던 옛날에는 기존 이론들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지만 국가간 경제교류가 활발하고 외생변수가 많이 나타나는 지금의 국제 경제 현실에서는 선거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일률적인 잣대로 정형화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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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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