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11월 14일] 취업, 급할수록 돌아가라

나는 15자리의 전화번호 다섯개를 되새기며 하루를 시작한다. 한국과 정반대의 시간대에 있는 중남미 법인들과 통화하며 밤새 일어났던 지구 반대편 상황을 꼼꼼히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시간보다 담당 국가의 시간에 맞춰 생활하고 국내상황보다 글로벌 정황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내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것을 절실히 체감한다. 일류대를 졸업한 것도 아니고 평점 4.0을 넘나드는 우등생도 아닌 내가 전세계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LG전자의 글로벌 네트워크 한가운데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은 다름아닌 ‘목표 설정’ 때문이었다. 매년 취업시즌이 되면 신문들은 예년보다 더 좁아진 취업문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고 다급해진 취업준비생들은 여러 기업에 지원해서 한 곳만 붙으면 된다는 일명 ‘한탕주의’를 꿈꾸며 취업을 준비하는 게 현실이다. 취업준비 시절 나 역시 여러 기업의 홈페이지에서 ‘새로고침’ 버튼을 수도 없이 클릭하며 합격을 고대했지만 취업에 다다르는 길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 때 내가 던진 마지막 카드는 ‘초심’이었다. 대학시절 내내 꿈꾸며 준비했던 것으로 되돌아가서 기업이 원하는 장기적인 잠재력을 갖춘 글로벌 마케터가 되기 위한 내공을 다시 쌓기 시작했다. 해외마케팅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토익 900점 이상의 고득점보다 매일 전화 한통이라도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전달하고 상대방의 의사를 명확하게 살필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함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어실력뿐만 아니라 세계 방방곡곡의 어느 누구를 만나도 통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는 것 또한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을 되새기며 미래와 비전에 대해 고민했던 대학교 1학년 그 때로 돌아가보자. 내가 목표하는 일과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스스로 명확히 해야 취업문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더 이상 목표의식이 없는 우등생을 위해 투자하지 않는다. 자신의 분야에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소위 말하는 ‘취업전쟁’의 시대, 급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자신의 목표를 되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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