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열렬한 관객 반응에 칸 수상 예견"

"갈라 스크리닝에서 반응이 너무 뜨거웠기에 수상을 내심 기대했죠." 영화 '박쥐'로 제 62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이 수상을 미리 예견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28일 오전 11시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칸영화제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갈라 스크리닝에서 너무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에 조금 기대를 했다. 2300명의 관객이 아무리 환호해도 심사위원들 마음에 안 들면 상을 못 받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까지 진심어린 표정으로 환호를 해 준 경험은 처음이다. 혹시나 하는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칸에서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검증은 안 해봤지만 그 곳 사람들 말이 62년 칸 영화제 역사상 처음 경쟁 부문에 나온 뱀파이어 영화라고 했다. 국내에서는 '박쥐'가 별나고 독특한 영화 취급을 받았지만 칸에서는 예술 영화만 모인 곳에 장르적 성격이 강한 오락 영화가 영화제에 왔다는 것을 특이하게 생각하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이어 "'박쥐'는 시장에서는 예술 영화 취급을 받고 영화제에서는 상업 영화 취급을 받는 말 그대로 박쥐같은 운명이었나 보다. 뱀파이어 영화는 수없이 많지만 '박쥐'는 새롭다고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차기작에 대한 계획 및 미국 스튜디오에서 공동 제작 제안을 받은 것에 대해 "봉준호 감독이 연출을 받고 내가 제작하는 '설국열차' 외에는 아직 특별하게 결정된 것이 없다. '설국열차'도 아직 각본이 나오지 않았기에 시작도 못한 상태"라며 "내가 연출할 작품은 미국 스튜디오에서 많은 각본과 기획에 대한 제의를 받았다. 계속 좋은 각본이 들어오고 있으니 언젠가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 또 국내에서 찍을 수 있는 작품도 찾고 있다. 일본이든 중국이든 좋은 이야기가 주어지면 어디서나 활동할 생각이다. 하지만 활동의 기본은 한국이다"고 말했다. 칸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직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축전을 받은 소감에 대해 "아마 다른 영화제 때는 축전을 못 받았던 것 같다. 이번에 처음으로 축전을 받아보니 예전에 권투선수들이 챔피언이 된 후 축전을 받던 방송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며 "꼭 내 일 같지 않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좀 낯선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쥐'와 관련한 반응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에 대해 "칸영화제 가려고 이렇게 만들었다는 얘기도 들었고, 송강호의 노출 장면도 칸에 잘 보이려고 그랬다는 반응이 있었다. 그런 해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너무 분방한 상상력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영화제 수상 여부에 대해 과열 분위기를 띄는 매스컴의 보도 행태에 대해 "수상이 이루어진 후 기뻐하고 축하해주는 것은 감사하다. 하지만 상을 못받았다 해서 '수상 실패'라는 식으로 보도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영화제에 가 보면 사실 그렇게 상을 받으려고 아등바등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앞으로 저희들이 영화제에 나가서 상을 못받을 수도 있고, 또 그런 경험도 많다. 관심 자체는 고마울 따름이다"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배우 송강호는 남우주연상 물망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내 개봉 당시 논쟁도 많았고 평가도 양극단이었기에 감독상이나 남우주연상 등 개인상 보다는 작품상을 받는 것이 영화에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을 미리 했다"며 "그 어마어마한 작품들 속에 상을 받았다는 사실 만으로 매우 고무적이고 영광이다. 하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남우주연상을 기대하지 않았다던가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인간적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크게 봤을 때 뿌듯하고 행복하다"고 밝혔다. 극 중 상현의 전라 노출이 두고두고 화제를 모으는 것에 대해 "한국 영화에서 남자 주연 배우가 전면 노출하는 영화가 처음이다 보니 관객들이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다시 말한다 해도 그 장면은 가장 강렬하고 정확한 표현이었다. 감독님도 나도 전혀 이의가 없었다. 사실 칸 경쟁작 중 '박쥐'가 제일 얌전한 영화였다. 그 영화들이 곧 국내 상영을 할 텐데 그걸 보시고 '박쥐'의 수위를 생각한다면 얼마나 얌전하고 참한 영화인지 알게 될 것"이라며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