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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군의 차기 주력전투기인 F-35A의 정비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F-35A 전투기의 핵심 정비공장으로 일본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미 국방성은 최근 미쓰비시 중공업을 F-35A 전투기 기체 수리와 부품 교환, 특수 페인트 도포 작업 업체로 최종 지정했다. 일본의 IHI에도 엔진 분해와 터빈 등 부품 교체, 수리와 재가공을 맡겼다.
즉각 국내에서 논란이 일어났다. F-35A 전투기에 이상이 생기면 기체를 일본이 정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퍼지는 분위기다. 일본이 정비 수요로 입고된 한국의 F-35A 전투기를 뜯어본다거나 불량 정비, 심지어 억류하는 경우까지 논란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우리도 일본처럼 정비창 시설을 도입하자는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실에서는 발생하기 힘든 억측의 소산이다. 당장 한국은 의지와 돈이 있어도 정비창을 건설하기 어렵다. 미국은 대륙별로 한 개 거점에 F-35A 전투기 정비기지를 설치하는 게 원칙이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핵심 정비기지로 꼽혔다. 선정기준은 두 가지다. 미군이 쉽게 이용할 수 있고 해당 국가의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비창 설치를 원했던 이스라엘의 요구를 미국이 거절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일본이 아시아 지역의 정비기지로 꼽혔기에 한국이나 호주의 F-35A 전투기도 일본에서 정비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따라붙지만 답은 노(No). F-35A 전투기에 문제가 생기면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은 부품 하나하나 고치는 게 아니라 모듈 단위로 교체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엔진에 이상이 발생하면 전선과 노즐에서 원인을 찾는 게 아니라 엔진 전체를 통째로 바꾸는 방식과 동일하다. 한국 공군의 F-35A 전투기에서 정비 수요가 발생하면 모듈을 떼어내 제작사에 보내고 제작사는 신품 모듈을 보내면 끝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본 정비기지 또는 일본 회사에서 생산한 부품 모듈이 한국 공군의 F-35A 전투기에 끼어들어올 가능성은 남아 있다. 돈도 많이 들어간다.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은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한국 공군이 원하는 부품 모듈이 전세계 부품창고 중에서 일본밖에 없다면 선택은 불가피하다. 급할수록 이럴 가능성은 높아진다. 안보가 위협 받으면 기체 자체가 일본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1950~1960년대 한국과 일본의 외교관계가 없을 때도 한국 공군의 F-86 전투기가 일본에서 정비 받은 적이 있다.
더욱이 한국과 일본의 반목을 뚫고 한미일 삼각 안보동맹을 추진하는 미국에 의해 한일 군수 시스템이 강요될 수도 있다. 물론 한국 정부는 부인하면 그만이다. 국민의 반발이 커도 F-35A 전투기의 정비 수요는 오는 2018년 하반기 이후부터 발생한다. 하지만 정비 주기가 짧은 레이더파 흡수 페인트 도포 문제는 조기에 논란이 일 수도 있다. 기체를 일본으로 가져가는 게 가장 돈이 덜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