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기로에 선 자본시장

윤종화 (한국증권업협회 부회장)

내수경기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하반기에는 수출도 둔화할 전망이라고 한다.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금융 부문의 경우 넘치는 부동자금에도 불구하고 가계 및 개인 신용불량자 증가, 증시불안정 등으로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생산자금 공급원으로서 중요 역할을 한 금융 부문이 현재 경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금융 부문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지난 97년 외환위기에 대한 처방으로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본시장을 전면 개방했다. 예기치 않은 개방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에 노출된 지 7년, 적잖은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증권시장은 외국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상장주식의 외국인 비중이 40%를 넘고 우량종목의 경우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단일 외국인 투자가가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상장기업은 지난해 말 126개에서 최근 149개로 증가했다. 기관투자가 비중도 16%로 미국 51%, 일본ㆍ영국 4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최근 선물시장에서 개인투자자 거래비중이 3월 이후 계속 증가, 50%를 넘어서면서 현물시장을 뒤흔드는 시장 왜곡현상도 자주 나타난다. 또한 올초 11.5배이던 우리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최근 절반 수준인 6.2배로 떨어졌다. 이에비해 미국 S&P지수 21배, 일본 닛케이지수 24배, 타이완 자취엔지수는 17배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우리 시장이 매우 저평가돼 있음을 의미한다. 외국인 보유비중을 보면 분명 우리 시장은 선진화돼 있다. 그러나 국내 수요기반은 매우 취약한 상태다. 이는 국내 증시의 기관화 부진과 수급악화가 그 원인이다. 그러다 보니 4월 말 차이나 쇼크, 미국 금리인상 우려 등 대외변수로 국내 증시는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크게 하락했다. 은행으로의 지나친 자금집중 또한 문제다.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 1,031조원 중 60.3%인 6,219억원이 예금이다. 그러나 은행은 기관의 특성상 리스크 분산이나 관리에 약하다. 저금리 등으로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던 은행은 결국 가계금융으로 전환했다. 97년과 2003년을 비교해보면 은행은 전체 자산운용 중 기업대출은 31.6%에서 27.3%로 줄인 반면 가계대출은 13.1%에서 24.3%로 대폭 늘렸다. 결과는 다시 한번 사회적 부담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자본시장의 미성숙과 은행으로의 자금집중, 기업금융의 축소와 가계금융의 확대,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 심화 등으로 대변되는 현재의 금융시스템이 우리 경제에 장애가 되고 있다. 따라서 문제해결을 위한 출발점은 자본시장의 기능강화에서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엄격히 세분화된 증권산업의 전업주의 의무를 완화하는 등 업무 다각화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증권거래법상 유가증권의 개념도 포지티브시스템에서 네거티브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둘째, 증권산업의 구조개선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형화ㆍ전문화가 시급하다. 자금력ㆍ점포망ㆍ인적자원 등이 우수한 대형증권사는 더욱 대형화를 추진, 단순 수수료 창출 업무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전문적인 증권업무를 개발, 업계를 선도해야 하며 중ㆍ소형사는 기존의 대형사와 거의 동일한 업무영역을 재점검해 고유의 틈새시장 개척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셋째,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시장 참여확대와 기업연금제도의 조속한 도입, 세제혜택이 부여된 장기증권저축상품의 상설화 등 증권시장의 안정적인 수요기반이 확충돼야 한다. 이럴 경우 24조5,000억~34조5,000억원의 수요기반 창출이 예상된다. 넷째, 대외경쟁력 제고를 위해 증권산업이 한층 더 국제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외국기업의 국내상장 적극 유치,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 전문인력 양성 등을 도모해야 한다. 다섯째,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 건전한 투자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증권업 종사자의 윤리의식 제고, 투자자 교육 강화 등 업계의 철저한 자정노력도 필요하다. 자본시장 기능강화를 시작으로 금융시장과 자본시장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시중의 부동자금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이끌어내는 일은 서둘러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한 전통산업의 발전에는 은행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향후 우리 경제를 끌어갈 정보기술(IT), 생명공학과 같은 미래산업의 발전에는 자본시장의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 현재 우리 자본시장은 발전과 후퇴라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직면했다. 따라서 보다 강하고 경쟁력 있는 자본시장과 금융시스템의 선진화를 위해 업계와 정부는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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