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공립병원 가족이라고 혈세 마구 써도 되나

국공립 병의원들의 행태가 금도를 넘어섰다. 고용세습 실태가 밝혀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직원과 그 가족의 의료비를 줄이려고 뭉칫돈을 펑펑 썼다고 한다. 일부는 교직원 가족과 퇴직자까지 특혜를 줬다. 이렇게 새나간 돈이 지난 3년간 881억원에 달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매년 수십억원씩 지원을 받으면서 적자를 줄일 생각은 하지 않고 직원 복지에 매년 300억원 가까이 쏟아 부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을 뿐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50개 국공립 병의원에 4,217억원의 보조금이 지원됐지만 80%에 가까운 39곳이 1,099억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직원과 가족ㆍ퇴직자에 대한 의료비 감면이 재정상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의미다. 매년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병원에 갈 때마다 그 비싼 진료와 검사비를 지불하는 일반인으로서는 납득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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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 병의원의 제 식구 챙기기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권익위가 직원 등의 진료비 감면혜택이 과도하다며 개선을 권고했고 1년 전인 2010년에도 감사원에서 같은 내용의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최근에는 지방의료원 34곳 중 14곳이 단체협약서에 가족 우선채용 규정을 명문화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개선된 것이 거의 없다. 국민은 아예 안중에도 없고 감독기관의 권위까지 무시하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는 국가재정이 새든 말든 자신들의 잇속만큼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는 국공립 병의원의 도덕적 해이에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어려운 살림에도 성실히 세금을 내는 국민에 대한 도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지나친 의료비 감면 조항을 없애고 직원이 아닌 이에 대한 특혜도 폐지해야 한다. 부당 지원이 발생하는 곳은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해당 금액만큼 환수하는 페널티도 검토해볼 만하다. 국민의 혈세가 양심까지 저버린 부실 의료기관의 쌈짓돈이 돼서는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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