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등록금 촛불과 청년의 미래


등록금을 낮춰달라며 길에서 촛불마저 들어야 하는 청년들이 안쓰럽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 부담은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학창시절 내게도 대학 등록금은 턱없이 높은 문턱이었다.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때 집안 형편은 그 높은 문턱을 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몹시 어려웠다. 유신통치 아래에서 대학생 과외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래도 대학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은 조금도 해보지 않았다. 때로는 코피를 쏟아가며 나름의 진로를 정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때 뜻밖의 길이 열렸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에서 장학생을 모집하는데 담임선생님께서 추천을 해주셨다. 그것도 내가 공부하고 싶어하던 법학과의 장학생이라고 했다. 부모님에게 희소식을 전하기 위해 뛸 듯이 기뻐하며 집으로 달려가면서 마음속으로 계속 외치고 있었다. "아! 간절하게 소원하면 정말 이뤄지는구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느 누구에게 감사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우리 사회가 고맙고 감사했다. 법과대학에 입학한 후 사법시험 도전은 나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었다. 그러나 지칠 때마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깜깜한 여름밤, 플라타너스가 우거진 대학교정에서 혼자 우두커니 앉아 건너편 동네의 불빛을 바라보면서 든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이렇게 편하게 공부하고 있을 때 나 대신 누군가는 땀 흘리며 일을 하고 있겠지….' 공부가 힘들다고 좌절하는 것은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해서 훌륭한 지식을 사회에 환원할 의무가 내게 있다는 다짐을 했다. 청년들에게 배움의 문턱이 너무 높다. 우리 사회가 그들이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게 버려둔다면 냉정한 이 사회를 위해 올바른 열정과 헌신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도 높은 등록금의 문턱을 낮추자는 데 사회적 공감이 이뤄지고 있다. 연간 7조원에 이르는 등록금 부담을 낮추는 것은 가정 경제에도 숨통을 틔워줄 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우리 미래 사회의 건강한 주역이 될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넓혀주는 것이다. 등록금 인하 방안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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