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서경 포커스] 가계빚 급증 800兆로

'가계부채 덫'에 걸린 경제정책<br>팽창 속도 너무 빨라 당국도 제어 못할 형국<br>부동산·물가문제 얽혀 통화·외환정책도 '제약'


최근 사석에서 만난 경제부처의 한 장관급 인사는 가계부채 문제를 '가슴 속의 응어리'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솔직히 자리에 있는 동안 피하고 싶은 정책 과제다. 잘못 건드렸다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말도 했다. 경제정책이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따르는데 이를 막는 것이 가계부채라는 얘기였다. 글로벌 위기를 거치면서 선진국들이 디레버리징(자산축소)이라는 뼈를 깎는 고통을 겪었지만 유독 우리는 팽창의 길을 걸었다. 가계부채는 바로 우리의 레버리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지난해 말 현재 가계부채는 795조원으로 전년 말보다 7.8%가 다시 늘었다. 분기별로 따져도 8%대의 전년 대비 증가율을 나타냈다.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나라 전체의 부의 총량은 4~5% 늘어나는데 가계 빚이 늘어나는 속도는 갑절이다. 문제는 팽창속도가 쉽사리 제어할 수 없는 형국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정책이 가계부채의 덫에 걸린 셈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실기(失機)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기준금리를 묶어둔 것,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환원하면서도 취득세를 낮추면서 부동산 경기를 띄우는 것은 정책이 가계부채의 함정에 빠져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풍광이다. 한 국책연구원장은 "경제관료의 방에 가계부채라는 유령이 숨어 있는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정부는 가계부채 총량제라는 개념 속에서 2ㆍ4분기 중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책이 경제의 혹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자신하지 못한다. 금리는 최소 0.5~1%포인트 추가로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데 이로 인한 이자부담은 연간 6조~8조원에 이른다. 성장률은 오히려 쪼그라들고 실업률은 지난해 말 3.3%에서 지난 1ㆍ4분기 말에는 4.2%까지 올라갔다. 주택가격은 지난 3월 말 현재 전월 대비 1% 뛰었지만 정체상태다. 이러다 보니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150% 위에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가계부채가 다른 거시정책의 운용까지 가로막는 암세포로 전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가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금리정책을 써야 하는데 한은은 아직도 가계부채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환율을 쓰는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수출 변수에 운신이 제한돼 있다. 가계부채가 통화ㆍ외환정책이라는 두 축에 수갑을 채운 셈이다. 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장은 "가계부채는 단번에 해결할 수 없는 주제"라며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8%대에서 6~7% 수준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갖고 중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