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식탁물가 비상] 무관세 농수축산물 서민엔 '그림의 떡'

식품가공업체가 중간서 싹쓸이, 소매시장서 물건 찾아볼 수없어 <br>식탁물가 잡으려던 정부 딜레마


무관세 수입물량을 대대적으로 늘려 치솟는 '식탁물가'를 저지하려는 정부의 정책이 딜레마에 빠졌다. 올해 주요 농ㆍ축ㆍ수산물과 식품 원재료 등의 관세를 제로 수준으로 끌어내렸지만 해당 품목이 소비자들의 손에 닫기도 전에 기업들이 싹쓸이를 하기 때문이다. 14일 정부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에는 마늘 약 3만톤과 닭고기 5만7,000여톤, 설탕 79만여톤 등이 무관세나 관세 대폭 인하의 혜택을 누리며 대량으로 수입됐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무관세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소비자물가 안정을 위해 주요 농ㆍ축ㆍ수산물과 식품 원재료에 대해 대거 관세율을 낮추거나 무관세 수입물량을 늘렸지만 소매시장에 해당 품목이 풀리기도 전에 도매시장에서 식품가공업체들이 대량으로 물량을 가져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A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도 "현재 마늘ㆍ닭고기ㆍ설탕 등에 대해서는 수입산을 판매하고 있지 않다"며 "관세를 낮춰 대량으로 수입되더라도 대부분 소매가 아닌 도매시장으로 풀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B대형마트 역시 이들 품목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최근 할당관세물량을 무제한으로 풀어준 돼지고기 삼겹살의 경우 되레 국산 삼겹살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경우마저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의 관세율 할인(할당관세 적용)에 따른 주요 품목별 관세율은 ▦마늘 50%→10% ▦버터40%→0% ▦치즈 36%→0% ▦설탕 35%→0% ▦닭고기 20%→0% ▦돼지고기 22.5~25%→0% 등이다. 이처럼 식품가공업체들은 소비자가 누려야 할 농산물 무관세 수입 혜택을 독식하다시피 하면서도 볼멘소리만 내고 있다. 정부가 관세율을 대폭 할인해줬지만 해당 수입품목의 국제가격 인상폭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 심지어 업계 일각에서는 차라리 관세를 안 깎아줘도 좋으니 원가 인상분만큼 소비자가격을 올리게 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주요 곡물의 국제가격은 지난해 40~50%씩 뛰었고 원당(정제되지 않은 설탕)도 40~80%까지 뛰었는데 해당 품목에 대한 관세율은 제로 수준으로 낮춰도 그 인하율이 한자릿수에 그쳐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무관세 수입품목 중 일부가 소비자들에게 공급되더라도 통계청 물가조사에 잡히지 않아 물가통계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돼지고기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돼지고기 관세율을 0%로 내리면서 국내에 수입된 물량은 올 상반기에만 25만여톤에 달해 지난해 상반기보다 10만톤가량 늘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돼지고기의 비중이 현재 25% 안팎까지 올라갔지만 통계청은 국산 돼지고기만을 물가 산정기준으로 삼고 있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수입산 돼지고기의 국내시장 판매가 미미해 통계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요즘 수입산 판매가 늘기는 했지만 갑자기 기준이 바뀌면 물가통계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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