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가 "사우디 돈 더 빼가나" 긴장

외교관계 악화땐 대규모 이탈 이어질듯 미국 금융계가 사우디 아라비아 자금의 대규모 이탈설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뉴욕 금융가는 ▲ 미국의 이라크 공격 ▲ 9ㆍ11테러 유가족들의 승소 ▲ 미-사우디 간의 외교관계 악화등의 변수에 따라 아랍계 자금이 추가로 미국을 탈출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9ㆍ11 테러 이후 사우디 개인투자자들이 최고 2,000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미국 시장에서 빼냈다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20일자 보도(본지 21일자 참조)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FT의 보도가 다소 과장됐으며, 사우디 자금의 일부 이탈이 있지만 그렇게 큰 규모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미국과 사우디 사이의 외교관계가 악화될 경우 사우디 자금의 미국 이탈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국제경제연구소(IIE)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은 "사우디 자금의 이탈로 달러가 하락하고, 미국 경제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우디의 알 왈리드 왕자가 대주주인 시티그룹 주가는 21일 3.6% 급락했다. 이날 주가 하락은 시티그룹의 레디북 ECN과 골든스테이트 뱅코프 인수설에 따른 것으로, 사우디 자금 이탈설에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했다. 뉴욕 금융가는 오는 25일로 예정된 이슬람 금융업협회 긴급 총회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걸프지역 금융기관 경영인들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 계획과 9ㆍ11 테러 유가족들의 소송등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국 투자자금의 회수방안등이 주요 의제로 부각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지금까지 미국을 탈출한 사우디 자금은 스위스 은행으로 대량 이동했으며, 금시장, 일본 시장등으로 분산투자된 것으로 월가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애널리스트 토비어스 레프코비치는 "미국 금융시장이 가장 높은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사우디 투자자들이 미국을 떠나는 것은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랍계 산유국들의 해외투자 규모는 총 1조3,000억 달러에 이르며, 이중 사우디가 7,500억 달러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사우디 자금은 미국에서 증권 60%, 부동산 30%, 기타 10%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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