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대 수익 낮추고 안전 자산에 눈돌린다

고수익ㆍ공격적 성향에서 ‘기대 수익 낮추고 위험 차단’


시가 80억원대 상가건물과 금융자산 30억원을 소유한 고액 자산가 정모(72)씨는 최근 마음이 무겁다. 건물 임대수익 외에는 돈 나올 구석이 마땅치 않기 때문. 한 때 금융자산의 60% 가까이를 주식ㆍ펀드에 투자했던 정씨지만 최근 증시가 부진하면서 변변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은행에 돈을 맡기자니 낮은 금리는 성에 차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찾아간 국내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 정씨는 나름대로의 답을 찾았다. PB가 권해 준 맥쿼리 인프라펀드가 그것.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이 펀드는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분배해 주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 연평균 배당률이 7~8%에 달한다. 자산 변동이 크지 않다는 점도 맘에 들었다. 1,600선 중반까지 추락했던 국내 증시가 1,800선을 넘어섰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상태다. 지난 8월 이후 국내외 증시 폭락의 기폭제로 작용했던 미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 우려가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완전히 해결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액 자산가들은 자산을 어떻게 굴리고 있을까. 8월 이후 금융시장의 급변으로 마음고생을 했던 큰 손들은 ‘안전’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16일 서울경제가 국내 주요 증권사 PB들을 대상으로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동향을 파악한 결과 이들은 고수익보다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상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예금 금리에 약간의 추가수익을 기대하며 상장지수펀드(ETF)나 배당상품, 해외채권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변동성 장세가 펼쳐지면서 고액 투자자들 사이에 안전성이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 셈. 웬만한 시련에도 느긋한 모습을 보이던 큰손들마저 PB센터에 전화를 걸어 “어떤 상품에 투자해야 안전하냐”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김재홍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PB센터 차장은 “예전에 비해 고배당 등 안정된 상품에 대해 문의해 오는 고객들이 많아졌다”며 “이런 상품에 단기적으로 투자하면서 시장을 관망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는 주저하게 되고, 그렇다고 은행 금리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들을 위해 SOC펀드나 ETF 등 중간 정도의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현진 신한금융투자 명품PB센터 PB는 “변동성이 커지자 고액자산가들은 주식 직접투자보다는 현금화가 쉬운 안전자산 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투자 수익 눈 높이를 낮춰 짧은 호흡의 매매로 소규모 이익을 취하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채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증시 냉가슴만 앓기보다는 ‘예금금리+α’의 안정적인 수익을 꾀하겠다는 것. 여기에 분산 투자가 핵심인 패키지형 상품을 찾는 발길도 점차 늘고 있다. 임병용 우리투자증권 강남 프리미어블루 팀장은 “이번 사태로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그동안 안전자산으로 분류됐던 일반채권도 수익률이 잘 안 나오는 편”이라며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는 없어도 예금금리에서 추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채권 추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재은 SIN호텔신라 지점장은 “연수익률 7~10%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패키지형상품을 찾는 고액 투자자가 늘고 있다”며 “이들은 기대 수익률을 낮춘 만큼 위험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안정성이 높은 상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변동성 장세를 활용해 짧은 호흡으로 직접 매매에 나서기도 한다. 주가가 크게 내렸을 때 샀다가 4~5% 가량 오르면 매도하는 전략으로 최소한의 수익을 꾀하고 있는 것. 실제로 지난 8월 1만주 이상 거래는 올 들어 처음으로 하루 평균 2만건을 넘어섰다. 또 같은 달 1억원 이상 주문 건수로 하루 1만5,000건 가까이 접수됐다. 이후 9월과 10월에도 1만주나 1억원 이상을 거래하는 투자자들도 비슷하게 늘어나는 추세로 하루평균 주문량이 2만건에 육박하고 있다. 심영만 한국투자증권 분당센터 수석PB는 "주식비중을 줄이려는 고객들은 많지 않지만, 보유 주식 내에서 주도업종을 교체매매하면서 낮을 때 샀다가 높을 때 파는 방식의 단기 매매 경향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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