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자신감과 과신

혁신과 유연성의 상징으로 컴퓨터 업계의 군주로 군림해오던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이라는 새로운 경쟁자에 왕좌의 자리를 내주게 됐다고 한다. 대형 컴퓨터의 대명사였던 IBM이 개인용 컴퓨터 운영시스템인 윈도를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에 뒤졌던 것처럼 컴퓨터산업에서 흥망성쇠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구글은 경쟁이 치열한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서 힘겨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어찌 보면 예전의 마이크로소프트와 닮아 있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있으며 첨단기술의 선도자 역할을 담당하고 새로운 산업의 표준을 만들어가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 보잘 것 없는 검색 엔진으로 시작해서 인터넷산업을 평정한 것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운명과 유사하다. 과신은 잘못된 의사결정 초래 반면에 부단한 기술 혁신을 통해 성장해온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제 기업의 규모나 시장의 지배력에서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것은 강력한 경쟁자가 없는 시장 환경 속에서 혁신적인 초기의 모습을 계속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컴퓨터 운영시스템시장에서 사치스러운 독점을 향유하는 동안에 역동성과 진취적인 개혁 능력은 사라져버리고 만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불합리한 판단을 하는데 그중에 과신의 오류라는 것이 있다. 이 현상은 자신의 판단이 옳다는 것에 대해 실제 이상으로 확신을 갖는 것을 말한다. 과신은 사람을 방심하게 만들고 근거가 없는 잘못된 의사 결정을 초래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주된 요인은 초창기에 보유했던 혁신적인 기술 능력이라기보다는 시장 지배력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스스로의 경쟁 능력에 대해 과도한 확신을 가지게 되고 경쟁이 치열한 게임산업에 진출했다. 그 결과는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경기가 온 국민의 기대 속에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2002년의 4강 신화는 분명히 기쁜 일이었고 모든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축구는 대표적으로 실력과 선수들의 정신력이 지배하는 경기이고 현재 우리 팀이 보여주고 있는 경기 결과를 보면 지난번 월드컵의 결과가 단순히 운이나 홈팀의 이점 때문이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경기의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확신에 차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축구 국가대표팀에 대한 지나치게 큰 기대감이 깨지고 난 후에 실망하고 허탈해 하는 상실감이 온 국민들 사이에 만연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국가적인 스포츠의 성패가 단순한 실망감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스포츠의 성패가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해외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월드컵을 포함해 전세계 주요 스포츠 경기를 분석한 이 연구에서 자국 팀이 경기에서 패배한 다음날에는 주가가 여지없이 하락하는 현상이 발견됐다. 이것은 사람들의 심리적인 상실감이 주식시장에서도 힘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하려면 자신감 필요 그러나 지나친 확신이 개인의 판단이나 기업의 전략적 의사 결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는 있지만 스포츠에 대한 확신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폐해는 거의 없다. 우리 축구 팀의 실력이 세계 수준과의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에 탈락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잃어버릴 것은 없으며 오히려 소중한 경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축구 팀에 응원을 보내는 것은 과신이 아니고 미래에 대한 우리의 믿음과 자신감을 전하는 것이다. 그 분야가 무엇이건간에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이 맡은 일을 해나가는 것은 과신을 우려해 주저하는 것보다는 훨씬 건설적이고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자신감은 새로운 시도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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