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금융감독 개혁 마지막 기회 삼아야

저축은행 부실 및 비리는 한국 금융정책 및 감독의 구조적 문제점과 후진적 관행을 여실히 보여준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의 구조조정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왔는데 아직 이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는가 반문하게 된다.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주요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세계금융질서와 시장안정을 위해 리더역할을 했다고 홍보해왔다. 그런데 나라 안에서 가장 후진국 행태의 총체적 금융 부실 및 비리가 수 십조원 규모로 진행돼왔고 오랜 기간 동안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는 것을 어떻게 외국 투자자들에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일차적 감독 책임을 갖고 있는 금융감독원에 대해 취업제한기간연장, 재산등록 직원 확대, 감사추천관행폐지 등 개선책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소나기식 대책보다 근본적 문제 즉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들이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그 장치를 신뢰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위에서부터 변화하는 탑다운(top down)식 개혁과 감독업무를 집행하는 일선부터 스스로 변화를 주도해나가야 하는 바텀업(bottom up)식 개혁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톱다운 개혁으로는 현재의 금융감독 체계 속에 존재하는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 가능성을 제거하고 견제와 균형기능을 살리는 것이 시작이다. 금융산업을 육성하는 정책기능과 금융기관 건전성 확보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을 추구해야 하는 감독기능과는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다. 감독기능의 금감원을 정책과 감독을 동시에 관할하는 금융감독위원회의 하위기구로 둬서는 안 된다. 더불어 소비자ㆍ투자자 등 시장 참여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금감원에서 분리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체제나 제도 개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들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핵심은 실질적인 인사권한을 직속상관(Immediate Supervisor)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직속 인사권자가 더 힘있는 자의 메신저 역할만하고 권한을 사용하지 못하면 조직 질서가 설 수 없고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필자가 지난 30년간 뉴욕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riceWaterhouseCoopers)에서 미국기관들의 감사와 자문업무를 해오면서 느낀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이 직속상관의 인사권한을 잘 지켜주는 문화가 미국조직의 질서요 힘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미국 조직이 자유스럽고 무질서해 보여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인사권한을 월권하는 것은 윗사람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는 풍토가 있기 때문에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도 질서가 유지된다. 후진적 관행의 뿌리가 힘있는 자들의 인사권에 대한 월권에서 기인한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인사권도 못쓰는데 어떻게 다른 일들을 소신 있게 처리할 수 있겠는가. 금감원 일선 직원들부터 자기 소임을 존중하며 전문성을 기르고 개혁을 주도해나가는 바텀업식 변화도 필요하다. 아무리 맑은 물도 고여 있으면 부패하듯 금감원도 인사제도를 유연하게 운용해 외부 전문인력들이 들어와 정착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더불어 취업제한제도도 제한 일변도에서 벗어나 내부의 역량 있는 인력자원들이 외부 기관들에 나가 금융감독 전문가로서 지속적으로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직원들이 미래의 커리어 플랜과 계발 트랙이 보일 때 자기비전을 가지고 있는 힘(감독권)을 남용 안하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활용할 것이다. 비전이 없는 힘은 주위를 파괴하고 결국은 본인도 무너뜨리게 된다. 제도적 보완과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제도를 믿고 운용하는 인간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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