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맥아더 다룬 역사극 '천황'…日왕궁 찍기 위해 1년 교섭

더글러스 맥아더는 드라마틱한 인물이었다. 2차대전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의 영웅인 맥아더는 전장에서는 명장이었지만 성격상으로는 결함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상표인 옥수수 속대 파이프를 물고 배우가 연기하듯 폼을 재던 속물이자 자신을 거의 불사의 존재로 생각한 과대망상증자이기도 했다. 맥아더는 이런 특징 때문에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되었다. 그에 관한 영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은 그레고리 펙이 나온 '맥아더'다.

오는 연말 개봉될 피터 웨버 감독의 '천황'(Emperor)도 맥아더에 관한 역사극이다. 타미 리 존스(65)가 주연하는 영화는 패전 일본의 절대 통치자로 군림했던 맥아더가 미국민의 여론과는 달리 히로히토 천황을 전범으로 기소해 처형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실과 함께 일본을 자본주의 민주국가로 변환시킨 업적을 다루고 있다. 제작진은 영화의 매우 중요한 한 장면을 일왕궁에서 찍기 위해 1년간의 교섭 끝에 허락을 얻어냈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만난 타미 리 존스는 이 영화에 관해 "'천황'은 맥아더에 관한 영화라기보다 그가 어떻게 일본을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새로운 국가로 탈바꿈 시켰는가를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맥아더하면 기자에겐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하나 있다. 지난 1979년 8월 26일 기자가 김포공항 출입기자였을 때 한국에서 찍은 인천 상륙작전을 다룬 영화 '인천!'에서 맥아더역을 맡은 영국의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를 공항에서 단독 인터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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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영화를 찍기 위해 첫 방한한 올리비에(당시 72세)는 장거리 비행과 더위에 매우 지치고 피곤한 모습이었는데 질문에는 조용한 음성으로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 때까지만해도 한국에 대해선 별로 아는 게 없다는 올리비에는 "역을 위해 내 친구인 그레고리 펙의 '맥아더'를 두 번이나 봤다"면서 "한국을 이제부터 배우겠다"고 말했다. 올리비에는 "예술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서 '햄릿'과 '폭풍의 언덕'을 잊지 못할 작품이라고 회상했다.

올리비에는 맥아더 역에 대해 "나는 미국영화에는 몇 편 출연 안했고 미국인으로 나온 경우는 더욱 적다"면서 "그런 내게 맥아더 역을 맡긴 것을 보면 내가 해낼줄 알고 특별대우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분이 너무 좋고 맥아더 역을 할 생각에 흥분에 들떠 있다"며 즐거워했다.

올리비에는 취미가 정원 가꾸기라며 소박한 서민의 삶을 산다고 알려 줬는데 "연기 생활은 언제까지 할 것이냐"고 묻자 손가락으로 공중을 가리키며 "그 것은 하늘만이 알 일"이라고 대답했다. 올리비에는 그로부터 딱 10년 후인 1989년 7월 11일 82세로 사망했다.

그런데 유감천만인 것은 통일교재단이 수천만 달러를 들여 만든 '인천!'이 1980년대 최악의 영화 중 하나로 남게 됐다는 사실. '007 시리즈의' 테렌스 영이 감독하고 재클린 비셋과 벤 가자라 및 도시로 미후네 등 세계적 스타들과 한국의 이낙훈과 남궁원 등이 나온 '인천!'은 비평가들의 혹평과 함께 흥행에서도 참패했다. 올리비에의 연기도 신통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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