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사람의 가슴에는 형제라는 씨앗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 씨앗에 물을 줄 수 있다면 한반도에 평화를 싹틔울 수 있을 것입니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수행공동체 플럼 빌리지를 이끌며 세계적인 `영적 스승`으로 존경받고 있는 틱낫한 스님(77)이 방한 첫 일정으로 18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있는가.
▲평화와 전쟁은 수행의 주제다. 우리 안에 평화의 기운이 있다면 바깥의 평화를 일굴 힘이 있다. 수행을 통해 우리 안의 고통과 화를 변화시킬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평화를 위해 우리 안의 평화를 먼저 얻어야 한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계획으로 세계가 전쟁위기에 직면했는데.
▲부시와 토니 블레어는 정치로는 단련됐지만 평화를 어떻게 만드는 지는 수행하지 않은 분들이다. 그들은 한 쪽은 신, 한 쪽은 악마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전을 개시하면 머잖아 다른 형태의 전쟁과 고통이 미국에 돌아갈 것이다.
-한반도에도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
▲두 개의 한국은 어머니가 같은 형제다. 북핵의 위기 속에서도 형제애가 있어 지혜롭게 문제를 풀 수 있다. 남한은 북한에게 “너는 나의 형제이며 어떠한 외부의 공격에서도 최선을 다해 보호해주겠다”고 천명해야 한다. 그것은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휴머니즘에 입각한 선언이다. 북한 주민이 굶주리는 데도 핵개발에 군비를 들인다면 이는 두려움 때문이다. 동포ㆍ형제애로서 돕겠다고 선언하면 그만큼 두려움이 줄어들 것이다.
스님은 열여섯 살에 선불교에 입문했으며 1961년 미국으로 건너가 컬럼비아대학 등에서 비교종교학을 가르쳤고 1967년 마틴 루터 킹 목사에 의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받았다. 베트남전 당시 서구에서 벌인 반전운동으로 사이공측의 미움을 사 1973년 프랑스로 망명, 보르도 인근에서 플럼 빌리지를 창설해 `마음의 평화`에 이르는 수행법을 전파해 왔다.
지난 16일 방한한 스님은 동행한 16명의 승려, 7명의 재가수도자와 함께 19박20일을 머물며 `전국민 평화염원 걷기명상`(22일)을 비롯한 20여건의 일정을 소화하며 평화와 상생, 자비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