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환율방어 적정한가

외환보유액이 1,700억달러를 돌파했다. 외화가 부족해 외환위기를 겪었던 우리로서는 외환보유액 증가 자체는 좋은 소식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그 유지비용이 너무 들어 마냥 반가워 할 수만도 없는 처지다. 외환보유액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상반기 중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이 기본 바탕이나 원화 환율방어에 따른 달러보유증가도 한몫 해 왔다.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를 발행해 보유한 외화는 그냥 쌓아두는 것이 아니다.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투자상품에 투자할 수도 있으나 안정성을 더 중시, 대개 미국채(TB)등 해외채권에 투자한다. 그런데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의 발행금리는 해외채 수익률보다 낮다. 달러를 사들이는데 지불한 비용보다 운용수익이 낮은 것이다. 여기에다 환차손까지 적지않은 부담이 된다. 환율안정을 위해 달러화를 사들이면 사들일수록 손실은 더 늘어나게 되어 있는 구조다. 지난해 말 외환안정용 국채 발행으로 보유한 외환의 원화 환산액은 총 33조원이며 환차손과 운용수익 대비 발행비용의 차이로 인한 평가손실은 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올들어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의 발행 잔액이 43조원으로 늘어나 기금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외환안정용 국채 발행이 늘어날수록 달러매입에 따른 통화량 흡수를 위한 통안증권 발행잔액도 늘어나 올 상반기 중 사상 최대인 19조여원이 순발행됐으며 이로 인해 올해 통안증권 이자부담만 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극심한 내수침체속에서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수출호황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입장은 이해된다. 막대한 경상 수지 흑자로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 하락을 마냥 방치하기는 쉽지않을 것이다. 환율방어비용은 경상수지 흑자의 비용인 셈이다. 그러나 정부의 환율방어 비용이 지나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환보유액의 적정 수준에 대한 정설은 없으나 최근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가 단기외채의 3배를 웃돌아 과도하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적을 그냥 흘려버릴 일은 아니다. 가뜩이나 재정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렇게 무리하면서 까지 환율을 방어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할 때다. 환율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수출을 위해 떠받칠 경우 물가에 부담을 주고 외제시설재의 수입가격을 높여 국내투자를 저해하는 부작용도 초래한다. 국제유가 폭등이 국내물가를 불안하게 하고 있는 데는 높은 원화환율이 한몫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다 환율방어에 실패할 경우 경제에 미칠 엄청난 손해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환율안정에 부담이 된다면 적정규모의 자본수지 적자를 용인하자는 일부의 주장도 경청할 만하다. 외환시장도 정부의 지나친 개입보다는 시장원리에 의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움직여야 전체 경제 운용에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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