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계 「임금과의 전쟁」 나섰다

◎임시직근로자 고용 늘리고 연봉제 확대/주요그룹들 해외주재원 임금 전면동결/소사장제·사내벤처제 등 신기법 도입도재계가 임금과의 힘겨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단순한 「줄이기」 차원에 머물렀던 재계의 인건비 줄이기가 신인사, 노무제도 변경에 「임금삭감」 주장까지 총력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경련은 올해초 ▲임원임금과 사원의 총액인건비 동결 ▲상여금 및 수당인상 억제 ▲고용안정을 위한 임금조정 ▲경비절감 등 인건비 절감을 내걸었다. 이어 최근 30대그룹 기조실장회의는 내년도 임금동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임금삭감」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이같은 추세에 맞춰 30대그룹은 연봉제와 임시직 근로자 고용확대 등 신인사·노무제도를 잇따라 도입, 총액단위의 임금절감에 나섰다. 또 삼성, 현대, 선경 등 주요그룹들은 해외 주재원 임금을 동결키로 하는 등 임금줄이기를 위한 전면전을 전개하고 있다. 재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그동안 전개해온 단순한 「줄이기」 차원의 인건비 절감수준에서 한층 강화된 것으로 최근 대기업의 잇따른 부도사태와 환율·금리 상승 등에 따른 자구책으로 풀이되고 있다. 임금줄이기를 위해 동원되고 있는 대표적인 「무기」는 연봉제를 비롯, 총액임금제, 신규채용 줄이기, 임시직 고용확대, 소사장제 등 매우 다양하다. 연봉제의 경우 올해초까지만 해도 연구직과 전문직 등 일부 직능에 국한됐지만 최근 전체부서로 확산되고 있다. 능률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1백대 기업 중 17곳이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43개사가 2년 안에 도입할 것으로 답하고 있다. 이는 연봉제 도입업체가 60%가 넘을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룹별로는 한화·두산·효성·동부·동양 등 모두 10개 그룹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다. 삼성은 내년까지 전계열사의 부·과장급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실시키로 하는 등 확산추세다. 연봉제는 인사고과에 의한 능력평가를 기초로 개인의 임금을 연봉으로 정하고 이를 매월 분할지급하는 방식. 이 제도는 고정된 인건비를 경영실적과 연계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서는 총액임금을 동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S그룹 인사담당자는 『최근 연봉제 도입이 고졸사원으로까지 확대되는 진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털어놓았다. 상용근로자를 줄이고 계약직 등 1개월∼1년 미만의 임시직 고용을 늘려 급여뿐 아니라 퇴직금·복리후생 비용을 줄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4분기 중 고용동향에 따르면 1개월 이상 1년 미만의 임시근로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1개월 미만의 일용근로자는 6.8%가 증가했다. 상용근로자의 제조업 취업자는 2%가 줄었다. 신규채용의 감축도 전에 없던 현상.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내년도 30대그룹의 채용계획은 삼성, 현대, LG, 코오롱 등 몇개그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줄여잡고 있으며 기아, 한솔 등 아예 채용하지 않는 곳도 있다. 소사장제와 사내벤처제도도 인건비 절감의 신기법으로 최근 확산되는 추세다. 소사장제는 종업원이 독립, 한계사업을 맡아 독자경영케 하는 것으로 주요기업들은 인건비 의존도가 높은 한계사업을 소사장이나 벤처기업가에게 맡겨 해당부문의 인력을 줄이고 적자사업을 흑자로 전환시키고 있다. 그러나 임금과의 전쟁에서 나타나는 각종 묘안은 적잖은 부작용도 초래하고 있다. 사원들의 사기저하로 생산성이 떨어져 인건비 절감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는 것이다. 재계는 이에따라 소극적으로 직접 인건비를 줄이는 것보다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쟁력 향상과 같은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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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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