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구제역 책임공방은 추후에


구제역 때문에 자식들에게 고향에 내려오지 말 것을 당부할 정도로 심각했던 설 명절도 이제 끝났다.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구제역 상태는 그칠 줄 모르는 양상을 보여 안타깝다. 지난 2010년11월28일 경북 안동지역 양돈단지에서 시작된 구제역 파동은 현재 두 달을 넘기면서 어마어마한 피해가 속출되고 있다. 사태는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돼 이미 살처분된 가축수가 270만두를 넘겼고 그로 인한 피해액은 2조원이 넘는다고 추산된다. 방역현장에 투입된 인력만도 하루에 7,000명이 넘고 그 과정에서 5명의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가히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사상초유의 국가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다. 방역기관 미흡대응 비판 못면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그동안의 역학조사를 토대로 구제역 확산원인과 그 경로에 대한 분석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과거와 달리 이번 구제역이 전국적인 기승을 부리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먼저 안동지역에서 구제역 발생이 최초로 확인되기 이전에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경기도 파주지역 등으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파돼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돼지가 소에 비해 구제역 바이러스 배출량이 1000배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구제역 사태의 초기 진원지가 대단위 양돈단지라는 점은 우리에게 여간 운수 사나운 것이 아니다. 특히 구제역은 잠복기 2주 동안은 특별한 증상도 없이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특성을 지닌다. 그러니 절대적으로 많은 양의 초기 바이러스가 대단위 양돈단지에서 배출됐을 것이고 이것이 우리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전국적으로 번져간 것이다. 게다가 지속되는 한파로 인해 당국의 방역활동이 쉽지 않은 점도 사태 악화를 가속화시켰다. 그러나 아무리 여러 가지 악조건이 겹쳐 있다고 해도 전염병과 같은 질병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이 사명인 방역기관이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특히 구제역 의심 신고를 받고도 안일한 대처로 사태를 더욱 확대시킨 지방자치단체 방역기관의 미흡한 초기 대응은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열에 약한 특성을 지닌 구제역 바이러스가 앞으로도 얼마간 지속될 겨울 한파를 타고 극성을 부릴 수도 있고 설 연휴는 끝났지만 왕래자의 예방 부주의로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전국의 소나 돼지 10마리 중 1마리 이상에 해당하는 가축들이 땅에 묻혔다. 땅의 정화작용에도 한계가 있기에 이렇게 많은 양의 가축을 한꺼번에 매몰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 겨울인 지금도 계곡에서 핏물이 보인다는데 만일 날이 풀리고 본격적인 부패가 시작되면 과연 어떤 문제가 더 발생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대출을 받아 겨우 연명해오던 영세한 축산 농가들의 파산이다. 이미 자신이 기르던 소를 매몰하는 끔찍한 현장을 목격해야 했던 사람들과 이러한 불행이 언제 닥칠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수십만에 이르는 것이다. 이번 구제역 대재앙은 천재지변과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들 영세 축산 농가를 위한 사회적 보호 장치는 전무한 상태이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우리가 일치단결하여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이다. 영세 축산농가 보호대책 시급 그러나 일부 야당 정치인은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심각한 국면에서조차 정부의 책임론을 주장하면서 정치적 공세를 늦추지 않는다. 또 언론은 언론대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편집된 영상만을 골라 국민들의 불안감을 확대시키며 당국의 활동에 짐을 지운다. 우리는 바로 얼마 전에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광우병 의심 파동과 전국적인 촛불시위를 경험했었다. 편향된 언론의 주장이 어떻게 국민을 불안정한 상태로 몰고 갈 수 있는지 단적으로 증명해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미 28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구제역을 말끔히 종식시킨 후 물러나겠다"는 사퇴의사를 천명했다. 국가비상사태에서 국론분열을 일삼는 야당과 일부 언론은 "축산농민은 물론 많은 자원봉사자와 공무원ㆍ경찰ㆍ군인이 혹한과 싸우며 구제역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치적 공세나 책임공방으로 구제역의 조기종식에 더 이상 부담이 되지 않게 되기를 충심으로 바란다"는 유정복 장관의 진심 어린 당부에 귀 기울여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