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4년만에 의사 파업 초읽기] 겉으론 영리병원 반대, 속내는 밥그릇 지키기

■ 의사 파업 진짜 이유는

의사협회 요구 사항과 정부 입장


의협이 집단휴진을 강행하며 내세우는 명분은 △원격진료 반대 △의료영리화 정책 반대 △잘못된 건강보험제도 개혁 등이다.

앞서 정부와 의협 대표는 '의료발전협의회'를 만들어 지난 1~2월 여섯 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2월18일 공동으로 협의결과를 발표했다. 원격의료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만든 개정법안을 일단 국회에 제출한 뒤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먼저 하고 법안개정을 할지 아니면 법부터 바꾸고 시범사업을 진행할지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또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을 담은 투자활성화 대책의 경우 자법인이 본래 설립 취지와 달리 운영되거나 1차 의료기관(동네의원 등)과 병원 간 경쟁을 유발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만들기로 했으며 건강보험수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산하 상대가치기획단에서 개선방안을 만들기로 약속했다.


이처럼 의정이 핵심쟁점인 원격진료와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등에 대해 합의했지만 노환규 의사협회장을 비롯한 의협 비대위 측에서는 협상안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며 총파업 찬반투표를 강행했다.

노 회장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의협의 요구사항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수용할지 구체적인 시한을 명시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과 시행을 명시하라"며 의·정 합의를 거스른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의협의 요구사항은 지난 협의 결과와 유사하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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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2일 서울 마포구 건강보험공단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의·정 합의와) 같은 내용을 가지고 어떻게 더 이야기를 할 수 있겠냐"며 "구체적인 계획이 빠졌다고 하지만 건강보험 수가를 조정하는 문제는 가입자단체와도 논의해야 하고 법률 검토에는 고려할 사항이 여러가지라 날짜를 못 박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또 의·정 간 합의 내용을 부문별로 실행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협이 요구했던 의료기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지역마다 병상 수를 제한하는 지역별 병상 총량제나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을 막는 외래환자 비율 상한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구체성이 떨어지는 합의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의협이 1일 새롭게 제시한 보건부 독립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권 정책관은 "부처 개편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 여건에 맞춰 하는 것"이라며 "보건과 복지 분야 업무는 날이 갈수록 밀접해지고 있기 때문에 분리가 맞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의협이 새로울 것 없는 요구를 내걸고 파업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건강보험 수가 인상 등 의사들의 숙원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 압박용 카드라는 지적이 많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의협이 파업 명분으로 내세운 원격진료와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은 의사들 간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의사들 모두가 공감하는 의료 수가 인상에 대한 내용을 앞으로 정부와의 협상에서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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