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특별한 일에 주목하게 되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켜 버린 것이다. 마치 사랑이 그러하듯 이 기쁨이 귀중한 본질로 나를 채우자, 삶의 우여곡절이 사소하게 느껴졌고, 삶의 재난은 위험하지 않고, 그 ?음은 착각으로 여겨졌다. (p22,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재인용)
아마도 이 문장은 길고 난해한 문장으로 가득한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대목, 주인공을 유년의 추억으로 끌고 가는 연결고리다. 그 시절 우울한 마음을 달래준 '힐링 푸드' 마들렌의 추억으로 긴 회상은 시작된다. 꼭 대단한 음식이 아니더라도 문득 식탁에서 마주하면 사람을 멍하게 만드는 '내 영혼의 닭고기 스프' 같은.
디자이너이자 작가인 다이나 프라이드는 독서와 식사에서 많은 공통점을 찾아낸다. 위안을 주고 심신을 회복시키지만 소화시간을 필요로 하는, 그리고 다른 어느 시점의 시간을 소환해준다는 것. 그렇게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과 그 속에 등장하는 요리 50가지를 추렸다. 이를테면 추위에 시달린 뱃사람을 달래준 조개스프(허먼 멜빌 '모비딕'), '제대로 요리하면 세상에 그렇게 맛있는 게 없는' 옥수수빵과 양배추·케일 샐러드(마크 트웨인 '허클베리핀의 모험')등등. 이어가자면 끝 없는 문구와 사진들이 다시금 그 소설 속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1만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