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 '수시·신속 인사' 시스템 자리잡는다

강도 높은 경영진단 후 문제땐 바로 CEO교체<br>올 들어서 벌써 세번째<br>대내외 변화 대응 위해 조직 쇄신·긴장감 조성


삼성이 올 들어서만 벌써 세 차례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해 수시인사가 삼성의 새로운 인사시스템으로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수시인사로 유명한 현대차그룹과 달리 삼성은 과거 특별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말 사장단 인사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지난 4월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강도 높은 경영진단을 벌이면서 비리나 무능 등의 결격사유가 발견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즉각 교체하는 ‘수시ㆍ신속’ 인사가 삼성의 새로운 인사스타일로 굳어지고 있다. 26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5일 삼성의료원의 경영진단을 보고받고 전격적으로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삼성서울병원 사장으로 급파했다. 내부 진단 결과 경영상 심각한 결함들이 발견되자 혁신을 위해 윤 사장을 긴급 투입한 것이다. 앞서 7월 투자판단 실패 등의 책임을 물어 삼성전자의 LCD 수장을 바꿨다. 아울러 삼성전자 내부에 디바이스 솔루션(DS) 사업총괄을 신설하고 세트 부문과 부품 부문을 분리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이에 따라 권오현 사장을 DS 사업총괄로 발령한 뒤 메모리 담당(전동수 사장)과 시스템LSI 담당(우남성 사장)을 각각 사업부로 한 단계 격상시켰다. 또 LCD 사업을 총괄해온 장원기 사장을 삼성전자 CEO 보좌역으로 옮겼다. 또 6월 삼성테크윈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한 뒤 내부 비리가 포착되자 바로 대표이사를 물러나게 했다. 이처럼 삼성이 그동안 고집해온 연말 사장단 인사 대신 수시 인사 카드를 꺼내든 데는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그룹 내부의 혁신과 정신무장을 이끌어내려는 이 회장의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 또 ‘타고난 승부사’로 불리는 이 회장이 방대하게 외형이 커진 삼성 계열사들이 자칫 외부 변화에 둔감한 ‘공룡형 기업’이 되지 않도록 충격요법식 수시 인사 카드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수시 인사는 “연말까지 이대로 가면 되겠지”라는 무사안일주의나 보신주의에 빠지는 임직원들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되고 있다. 그동안은 문제점이 발견되면 기다렸다가 연말 인사를 통해 이를 바로잡았다면 최근 들어서는 문제점이 보일 때 곧바로 인사를 단행, 조직 안팎의 긴장과 분위기 쇄신을 불러 일으키는 있는 것이다. 최근 이 회장은 미국과 일본의 출장길에서 돌아오면서 기자들에게 “지금 같이 해서는 안 되겠다”며 “더 정신차리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앞을 보고 뛰어야 한다”고 분발을 촉구했다. 이는 수시 인사를 단행해온 이 회장의 경영전략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언급이라고 봐야 한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사장단에 수시 인사 시스템을 적용한다고 했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수시 인사 시스템이 정착될지는 누구도 예상 못했다”며 “이 회장 특유의 승부사 기질과 사장단 수시 인사 시스템이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고 혁신과 쇄신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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