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실종자 가족 두번 울리는 정부


"거짓말하지 마라. 당신들이 하는 말 하나도 못 믿겠다."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김석균 해양경찰청장과 함께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김 청장이 "현장에 잠수사 500여명이 투입돼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하자 실종자 가족들은 고함을 치며 반발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공기주입기가 선박에 투입됐다고 실종자 가족들에게 말했지만 공기주입기는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종자 가족들은 "공기가 주입되고 있다고 우리한테 말하지 않았냐"며 울음을 터뜨렸다.


정부는 2010년 천안함 침몰사건을 겪고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사고가 처음 발생한 16일 학생들을 모두 구출했다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데 이어 공기주입기도 사고가 발생한 사흘이 돼야 겨우 투입됐다. 구출작업의 현장 지휘도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해군ㆍ해경ㆍ민간 등 선박 173척, 항공기 29대, 잠수부 532명이 투입됐다고 했지만 구출효과는 미미했다. 대형선박의 특성상 배가 가라앉기 전에 집중적으로 구명활동을 벌여야 하지만 현장에서 성과물은 미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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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구조활동에도 문제가 있었다. 16일 부산지방해양항만청 제주단이 보낸 사고 개요를 살펴보면 '인원: 피해사항 없음'으로 기재했다. '피해사항 미확인'이 아닌 '없음'으로 인식한 만큼 사고지역으로 도착한 시간이 늦어 구조효과가 적었다는 지적이다.

진도 체육관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매뉴얼도 전혀 없었다. 실종자 가족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정부 관계자는 진도군 직원, 해양수산부 직원, 해양경찰청 담당자로 잇달아 바뀌고 내용의 일관성도 없었다. 사고해역에서 생존자와 시신을 싣고 오는 진도 팽목항에서도 혼란은 이어졌다. 실종자 가족들은 애타는 마음으로 생존 소식과 시신 확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를 확인해주는 관계자는 없었다. 딸이 실종된 안산 단원고의 한 학부모는 "시신 확인이 어떻게 되는지 과정을 물으려고 했는데 담당자가 식사하러 가서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정부는 2010년 천안함 사태에서 승조원이 갇힌 채 침몰한 선박에 대한 매뉴얼을 만든다고 약속했다. 불과 4년밖에 안됐지만 매뉴얼은 여전히 없다.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의 대응에 두 번 울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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