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세계5위 '곡물수입대국' 한국, '강건너 불' 아니다

해외농지 개발등 가속불구 성공모델 없어<br>통일후 北수요등 감안 장기대책 마련해야


지난 2007년 현재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 잠정치는 26.1%. 곡물의 4분의3을 수입에 의존하는 세계 5위의 곡물 수입대국이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이처럼 농업기반이 취약한 우리나라에 지구촌 곳곳으로 번져가는 식량파동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갈수록 줄어드는 농지와 농업시장 개방의 물결,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과의 통일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식량위기에 대한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길에 ‘해외식량기지 개발’이라는 특명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농림수산삭품부 등 관련 부처도 해외농업 개발과 국내 생산성 증대 등 안정적인 식량공급 방안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해외농지 개발 가속도 붙을 듯=연해주 등 해외의 넓은 땅을 사들이거나 장기 임대해 작물을 재배, 유사시 국내에 식량을 공급하는 식량기지로 삼자는 구상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곡물 가격이 요동 칠 때마다 해외농지 개발이 이슈로 부각되면서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이나 단체들이 해외로 향했고 세계 곡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지난해 이래 또다시 해외농지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몽골이 외교부를 통해 우리 측에 27만㏊에 달하는 동몽골 농지 개발 참여를 요청해옴에 따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주축으로 우리 측이 사업타당성 조사에 돌입하기로 하고 농식품부가 주축이 돼 해외농업개발 포럼을 구성하는 등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까지 직접 해외농업기지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농식품부 국제협력과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도 해외개발과 관련해 장기적인 검토작업을 벌여왔다”며 “앞으로 청와대, 각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해외농지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성 없으면 해외개발 의미 없다=하지만 대통령의 언급이 있다고 해도 해외농업 개발이 금방 가시화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1970년대 이래 해외로 진출했던 수많은 기업들은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현지에서 철수해야 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식량기지 육성 후보지로 꼽은 러시아의 경우 해외농업 개발을 위해 12개 국내 업체가 진출했지만 이 가운데 지난해 말 현재까지 농지를 운영한 업체는 5개에 불과했다. 중국의 경우 4개 진출 업체 가운데 3곳이 철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실수요자가 경제적 타당성을 철저하게 검토한 후 진출하지 않으면 사업 지속성이 없어진다”며 “수십년간 해외개발이 이뤄지면서도 이렇다 할 성공모델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지역을 정해두고 일률적으로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각 업체의 필요에 따라 지역과 작물의 최적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 같은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해외식량기지 구축에 나서는 민간 기업에 농지관리기금을 통한 자금지원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밖에 외교적인 측면 지원과 농업기술 전문인력 보급, 정확한 투자정보 제공 등도 정부의 몫이다. ◇통일 변수 감안한 장기대책 필요할 때=당장 가시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가 식량문제에 느긋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북한이다. 우리나라의 대북 식량차관은 통상 연간 40만톤 정도지만 지금도 연간 150만톤 규모의 곡물부족을 겪고 있는 북한의 식량수요는 언젠가 고스란히 우리가 공급해야 할 몫으로 넘어오게 된다. 현재 북한의 최소한의 곡물수요 550만톤 가운데 자급이 가능한 규모는 400만톤. 게다가 남북 통일이 이뤄져 북한 경제가 성장하면 식량수요는 급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북한의 농지와 인력을 활용하면 장기적으로 한반도 식량자급률은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황폐화된 북한 농업이 살아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일 후 북한의 식량수요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식량공급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높다”며 “해외기지 개발도 중요하지만 국내 유휴농지 활용과 생산성 제고 등 국내 공급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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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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