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444개의 유인도와 2726개의 무인도 등 3200여개의 섬이 있다. 그 중 신이 선물한 1004개의 섬이 전남 신안에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섬들을 '천사의 섬'이라 부른다. 필자가 언젠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무총리에게 왜 그런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아름답고 천사들이 살만한 동네이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답변을 한 적이 있다. 신안의 섬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아름다운 것은 사실이지만 꽤나 낭만적인 이야기이다. 혹여 천사들이 살만한 동네일지 모르나 사람이 살기에는 그렇게 녹록지가 않다. 신안은 태풍이 서해로 진출하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서 매번 대형 태풍이 다가 올 때마다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만 한다. 올해도 신안은 제9호 태풍 '무이파'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신안에서 태풍피해는 매년 겪어야 하는 연례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천사의 섬'이라는 것은 아마도 천사가 신안을 지켜주길 바라는 지역민들의 바램에서 생긴 말일지도 모른다. 태풍은 그나마 예보라도 있어서 다행인 편이다. 갑작스러운 사고라도 생기면 비록 그것이 사소한 것일지라도 목숨을 걸어야 할 때가 많다. 육지에서야 언제라도 가까운 병원에 가면 그만이겠지만, 섬 사람들은 하늘이 도와야 겨우 병원에 도달 할 수 있다. 날이라도 구지면 그저 하늘을 원망하며 배나 헬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신안에서는 오랫동안 섬과 육지, 섬과 섬을 이어주는 연륙교(連陸橋)과 연도교(連島橋)를 건설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것이 섬을 죽이는 일이라며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섬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섬사람들의 애환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섬도 섬이지만 우선 사람이 제대로 살고 봐 야하지 않겠나? 게다가 신안 사람들은 섬의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열심이다. 2007년 12월 아시아에서 최초로 신안증도가 '슬로시티(cittaslow)'로 지정되었다. 20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시티 운동은 자연과 전통문화를 잘 보호하면서도 경제를 살리려는 운동이다. 증도에서는 연기조차 피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면적은 목포와 비슷하고 수준이고 1,000가구에 2,2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증도에서는 담배조차 팔지 않는다. 이렇게 천사섬 사람들은 수 많은 애환 속에서도 여러 가지 불편을 감수하며 자연을 지키려는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신이 선물한 섬에 이제 인간의 선물, 인간의 상을 내릴 때이다. 조만간 천사섬에 연륙교와 연도교가 놓여 섬사람들의 애환이 씻기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