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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계약한 손님도 원래는 전세를 찾았습니다. 재계약을 하려고 했는데 집주인이 6,000만원을 올려달라고 해 차라리 대출을 받고 4억3,000만원에 다른 집을 샀죠."
지난주 말 찾아간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중개업소. 손님과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는 와중에서도 전화벨은 연신 울리고 있었다. 30분 정도 지나 계약을 마무리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가 없어 월세 아니면 매매를 선택해야 할 정도"라며 "은행 대출 금리가 월세보다 저렴하다 보니 전세를 얻으러 왔다가 매매로 마음을 바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수도권 거래 회복과 가격 상승의 진원지는 전세 세입자의 매매전환 수요다.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매매전환수요가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 각종 규제가 완화된 것도 수요자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상황이 올해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거시경제 회복 기대감도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기존 아파트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라며 "매매를 문의하는 전화가 늘고 집주인들은 매물들을 다시 거둬들이는 집값 상승 초기의 움직임도 포착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수도권 아파트가격 상승세=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전반적으로 조금씩 오르고 있다. 저가 급매물이 우선 거래되면서 84㎡(전용면적 기준)의 경우 지난해 말과 비교해 1,000만~3,000만원 정도 오르는 모습이다. 거래가 되고 가격이 오르자 집주인들은 일단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 엠코타운 센트럴파크' 85㎡는 지난해 6억6,000만원선이었지만 최근 6억7,6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이후 집주인들이 대부분 호가를 6억7,000만원선으로 올려놓은 상황이다.
학군수요가 몰려 전셋값이 급등하는 노원구 중계동도 비슷하다. 지난해 말 4억8,000만원 안팎이었던 중계동 청구 3차 84㎡는 올 들어 5억2,000만원에 거래가 됐으며 현재 호가도 5억1,000만~5억2,000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수도권으로도 온기가 전해지고 있다. 용인 죽전동 현대홈타운4단지 4차 84㎡는 지난해 가을 4억1,000만원 정도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호가가 4억3,000만~4억4,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중계동 S공인 관계자는 "매수자가 결정하던 가격을 이제는 매도자가 결정할 정도로 매수세가 붙고 있다"며 "가격이 오르는 조짐이 보이자 매물의 반이 안으로 쏙 들어갔다"고 전했다.
◇"전셋값 너무 올랐다. 차라리 집 사자"=가격 상승세는 그동안 치솟은 전셋값에 부담을 느낀 일부 세입자들이 매매로 전환하면서 발생한 수요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부 지역의 매매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막혀 있었던 주택 거래의 순환 메커니즘이 다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2008년 용인의 한 아파트를 분양받은 신모씨는 올 초가 돼서야 용인으로 이사를 할 수가 있었다. 입주는 2011년이었지만 그동안 살고 있던 서울의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용인 아파트는 전세를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시세보다 약간 싸게 내놓았는데 전세를 구하던 사람이 대출을 받아 샀다고 들었다"며 "그동안 집이 팔리지 않아 대출 이자 부담만 늘었는데 이제는 한시름을 놓았다"고 말했다.
부동산 규제완화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구매 심리도 상당히 개선됐다는 평가다. 미국 등 국제 경제 상황도 좋아지는 등 부동산 시장 내·외부 환경이 좋아진 만큼 적어도 지금보다는 가격이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매매수요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 서울 옥수동 T공인 관계자는 "새해 들어 취득세 영구인하, 양도세 중과세 폐지 등 대책이 시행되면서 인근 오래된 중소형 아파트도 연말 대비 가격이 3,000만원가량 올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