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 하이델베르크 대학 정형외과병원에서 통증환자에 대한 접근을 주제로 학술회의가 열렸다. 의학자들은 통증이 만성화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성화되면 환자의 신체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독일 철학자인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의 의견은 달랐다. 그는 의학이 전부가 아니라 환자 스스로 고통 속에서 자신의 과제를 해결하고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다머는 '치유의 주역'이은 환자 자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의사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은 고통에 압도되어 이겨낼 수 없다면 그것은 더욱 괴로운 것이고, 대부분의 개인들은 가다머가 주장하는 '모범적 인격'에 비해 약하며 그 때 필요한 것이 의사이고 약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의료현장에서는 과학인 의학과 인문학이 부딪히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가정의학과전공의 과정을 수료하고 전문의를 마쳐 임상의사로 활동 중인 저자도 이를 절감했다. 이에 '통섭'과 '소통'을 강조하는 오늘날의 화두에 공감하며 과학의 한 분야인 의학과 인문학을 나란히 놓고 그 근본이 어떻게 다른지, 두 분야의 대화를 불가능하게 하는 차이는 도대체 무엇인지를 파고 들었다.
책은 의부증과 의처증, 감정 없는 의료와 인간적 의료, 금연할 권리와 흡연할 권리 등에 대한 과학자와 인문학자의 다른 견해를 펼쳐 보이며 소통 불가능한 상황의 접점을 찾아간다. 저자는 그 근본원인을 철학적으로 풀어내려 한다. 인문학과 과학이 말하는 '자유 개념'이 어떻게 다른지를 주요 논지로 삼았다. 또한 객관적 사실의 과학과 가치를 주장하는 인문학의 화해를 구조적 접근으로 해결하려 시도했다.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