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형 경쟁력'을 구축하라] <2부-4> SK(주)

틈새공략으로 '아·태 메이저' 비상<br>인천정유 인수확정 계기 亞 경쟁력 기반 구축<br>中시장 아스팔트 공급 확대·탄광 개발 추진<br>페루 'LNG 프로젝트' 등 중남미 교두보 마련도



['한국형 경쟁력'을 구축하라] SK(주) 틈새공략으로 '아·태 메이저' 비상인천정유 인수확정 계기 亞 경쟁력 기반 구축中시장 아스팔트 공급 확대·탄광 개발 추진페루 'LNG 프로젝트' 등 중남미 교두보 마련도 지난 2005년6월23일 싱가포르 뷰티포크 호텔. 이곳의 비즈니스볼룸에선 거구의 최태원 회장이 잔뜩 굳은 표정을 한 채 조순 이사 등 사외외사 7명과 사내이사 3명을 상대로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그룹의 경영전략과 향후 청사진에 대한 브리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SK㈜가 해외정기 이사회를 가진 것은 1년전의 베이징 이사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현장에 배석했던 그룹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아시아 에너지 및 화학산업의 중심지로서 뉴욕, 런던과 더불어 세계 최대 석유시장”이라며 “글로벌 마켓을 찾아가 피부로 느낌으로써 경영결정의 최고기구인 이사회가 현장의 분위기를 직접 확인하도록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최 회장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글로벌 경쟁력’. ‘한국의 엑손모빌’을 꿈꾸는 SK㈜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던 ‘소버린 위협’에서 벗어나자마자 안정적인 경영구조를 구축하는 것만큼이나 글로벌 무대에서의 탄탄한 입지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실감했다”고 전한다. ◇“혹한기 끝났다” 아ㆍ태 메이저를 향한 날갯짓= 지난해 12월16일 SK㈜는 작은 축제를 열었다. 그룹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던 인천정유 인수를 확정지은 것. SK㈜로선 인천정유 인수를 확정지음으로써 좁은 의미로는 아시아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구축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며, 좀 더 넓은 의미로는 당시까지 3~4년간 이어진 그룹의 ‘암흑기’를 끝냈다는 신호탄을 쏘아올리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회사 한 임원은 “재계를 술렁거리게 만들었던 지난 2002년의 분식 회계사건, 곧 바로 이어진 소버린의 경영권 공격 등등 그동안 좋은 일은 하나도 없었다”며 “하지만 인천정유를 인수함으로써 오랜 시련기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공격 경영을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SK㈜의 1일 원유 정제능력은 111만5,000배럴에 달한다. 글로벌 메이저로선 여전히 군소 수준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아시아ㆍ태평양 시장에서는 4위에 해당하는 지역 메이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SK㈜의 향후 10년 청사진에는 ‘2015년 아ㆍ태 시장 메이저 플레이어’가 가장 먼저 잡혀있다. 재계 주변에선 “SK㈜가 감당하기 어려운 시기를 버틴 후 더 큰 무대를 향해 날갯짓을 하기 시작한 모습”이라며 주목하고 있다. ◇당분간은 전략적으로 ‘틈새 공략’에 주력= 이만우 SK㈜ 상무는 “세계 석유시장은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석유메이저인 엑슨모빌, BP 등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으며, 석유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마다 이들 업체가 선점했다”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여건은 상당히 어렵지만 ‘한국 1위’라는 허울보다 ‘글로벌 무대의 강자’라는 위상을 향해 한발씩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선택한 전략은 틈새공략.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메이저가 혼자 접근하기엔 다소 리스크가 있는 곳 등을 컨소시엄 형태로 함께 참여하는 방식을 선택하거나 이들이 아직 주목하지 않는 시장이나 잠재 자원부국들을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은 아ㆍ태시장 메이저로 올라서기 위해 결코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시장. 이 관계자는 “현재 아스팔트 공급을 확대하는 것과 석탄광 지분 참여를 통한 자원개발 사업 진출이 단기 목표”라면서 “중장기 시장 관리를 위해 다각도의 접근을 펼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중남미 원유개발 사업도 경영 우선순위에서 뒤쳐질 수 없는 화두다. 지난 1월 13일 페루 정부와 맺은 ‘LNG프로젝트’는 SK㈜가 이곳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증거. 페루의 카미시아 광구 및 56광구에서 개발되는 천연가스를 LNG(액화 천연가스)로 만들어 미국 서부 및 멕시코 지역에 판매하는 이 프로젝트는 SK㈜뿐 아니라 미국의 헌트오일, 스페인의 렙솔-YPF 3개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유정준 SK㈜ 전무는 “페루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지역”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중남미 해외사업을 확대하는 디딤돌을 마련, 글로벌 무대에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잡게됐다”며 프로젝트의 또 다른 의의를 설명한다. 유 전무는 “아직 세계적인 석유메이저와 어께를 나란히 하기엔 걸림돌이 많다”면서도 “우리는 세계 최고의 회사를 만들어보겠다는 도전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 벤치마킹 대상 엑슨모빌은 원유개발·정제·가공 '전방위 생산'…연매출 3,500억弗 '글로벌 No.1' 엑슨모빌은 외형면에서 단연 '글로벌 No.1'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내용도 가장 탄탄한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천은 최근 자산운용ㆍ재무건전성ㆍ장기투자 등의 항목에서 엑슨모빌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꼽았다. 엑슨모빌의 지난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589억 달러와 361억 달러. 실로 천문학적인 수치다. SK㈜와 비교하면 매출은 16.4배, 당기순이익은 22배나 많다. 액슨모빌은 현재 전세계 40여개국에서 유전 개발 및 생산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다 세 계 100여개국에서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매일 600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정유시 설을 통해 처리하고 있으며 224억 배럴 규모의 원유를 확보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원재료인 석유나 가스를 뽑아낸 뒤 이를 가공해서 다시 완제품을 만드는 '전방위 생산시스템'이야말로 엑슨모빌의 강점이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직접 원유를 생산, 정제해 석유제품을 만드는 엑스모빌의 이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엑스모빌은 석유 개발 및 생산에서 지난해 243억 달러의 세후이익을 벌어들였다"며 "이는 총 이익의 67%에 달하는 수치"라고 말했다. 엑스모빌의 모태는 1870년 석유재벌로 유명한 록펠러가 클리블랜드에 세운 오하이오 스탠더드석유회사다. 이 회사는 잇따라 정유공장을 흡수 합병하며 정유기업 집단을 이룬뒤 송유관과 철도화차까지 매입, 1882년에는 미국의 정제ㆍ판매시장의 90%를 독점하는 '스탠다드 오일트러스트'로 성장한다. 이 회사는 독점규제법인 반트러스트법에 의해 1911년 34개사로 분할된 뒤 지난 98년 재결합을 거쳐 지금의 엑슨모빌이 만들어졌다. ● SK㈜의 글로벌 메이저 전략 석유개발 부문 강화 2015년 생산량 하루 10만배럴로 '선택과 집중' 전략 병행, 윤활기유등 특정분야 육성 엑슨모빌이나 BPㆍ로얄더치쉘 등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들의 경쟁력은 막대한 원유개발 이익에서 나온다. 최근 유가가 치솟으면서 돈방석에 앉는 바람에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한몸에 받을 정도다. 하지만 이 같은 석유 메이저들의 강점은 거꾸로 SK㈜ 등 국내 정유사들의 최대 약점이자 전략적 목표이기도 하다. 엑슨모빌이 업스트림을 주요 수익원으로 하는 '오일&가스기업'이라면 SK㈜는 '정제&마케팅 기업'에 머물러 있다. 때문에 고 최종현 회장은 지난 80년대부터 해외 자원개발 담당부서를 설치, 해외유전 개발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산유국의 꿈을 키워왔다. 이 결과 SK㈜는 현재 하루 평균 2만~2만2,000 배럴에 해당하는 원유와 가스를 생산 중이다. ◇유전개발이 관건=SK㈜는 석유개발 분야에서 올 상반기 1,614억원의 매출을 올려 이중 65.7%인 1,061억원을 영업이익으로 남겼다. SK㈜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석유 개발에 역량를 집중해 2015년까지 하루 생산량을 10만 배럴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SK㈜는 올해 석유개발 예산을 작년보다 2,000억원 늘어난 3,385억원으로 설정했다. 2010년에는 4,600억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엑슨모빌 같은 해외메이저들은 유전개발에만 연간 100억 달러를 투자한다. SK㈜와 거의 30배 가까운 격차다. SK㈜ 관계자는 이에 대해 " 자금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패키지 딜' 등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패키지 딜'이란 예컨대 3억 달러짜리 유전이 있다면 1억 달러는 현금으로 주고 2억 달러어치는 유전 보유국에 도로, 공장, 발전소, 통신시설 등을 지어주는 방식이다. 계열사인 SK건설, SK텔레콤 등과 손잡고 '따로 또 같이' 유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 SK㈜는 비록 후발 정유사이지만 윤활기유 분야에선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또 중국 아스팔트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SK㈜가 공급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SK㈜로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정 제품이나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SK㈜가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정유공장 운영 노하우,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한 마케팅 역량 등을 중점 개발해 윤활기유와 같은 글로벌 1위 분야를 확대하고 현지화 체제를 갖춰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SK㈜는 지난해 자사의 이원기능 촉매를 이용한 BTX·LPG 생산 촉매·공정 기술(APU)을 프랑스 악센스에 판매해 로열티 수입을 거둬들였다"며 "2003년 중국 화베이를 대상으로 기술판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우리의 기술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SK㈜가 외형측면에서 글로벌 석유메이저와 맞서긴 힘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SK㈜가 업스트림 분야인 석유개발을 강화하는 동시에 선택과 집중전략으로 고유의 기술적 강점을 살려나간다면 머지않아 엑슨모빌을 위협하는 '아태지역 메이저'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정상범 팀장(산업부 차장)·이규진·이진우·김성수·김현수·김홍길·민병권·김상용기자 ssang@sed.co.kr 입력시간 : 2006/08/0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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