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일머니가 한창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석유강국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 이곳의 최대 국영회사인 소하르정유사의 정유공장 곳곳에는 우리에게 낯익은 ‘GS칼텍스’ 로고가 선명하게 붙어 있다.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될 이 공장의 운영권은 바로 GS칼텍스가 맡고 있다. 소하르측은 2010년까지 하루 12만 배럴의 원유정제시설과 하루 7만5,000 배럴의 중질유 분해설비를 갖춘 이 공장 운영을 GS칼텍스에 완전히 맡겼다. 국내 정유사의 뛰어난 경영노하우와 기술적 수준을 전적으로 신뢰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GS칼텍스가 소하르로부터 기술용역 프로젝트를 따낸 것은 지난 2003년 9월. 당시 GS칼텍스는 위탁운영권을 획득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몰려든 10곳 이상의 메이저 경쟁업체들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당시 프로젝트 팀장을 맡았던 김병열 부사장은 “전 팀원이 개인생활도 포기하고 최선을 다한 덕택에 입찰에 성공했다”며 “이 프로젝트 성공으로 앞으로도 수많은 후진국들의 공장 가동 용역을 수주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실제로 선진국의 기술을 사들여 정유공장을 출범시켰던 GS칼텍스가 오만 소하르공장에 처음으로 기술을 수출한 것은 세계적인 정유회사로 발돋움하는 새로운 역사를 일궈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경영진들은 정유사업에 처음 뛰어들었던 37년전, 공장을 돌릴 기술이 없어 쉐브론텍사코에 공장 운영을 위탁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마냥 감격했다고 한다.
GS칼텍스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소하르 정유사에 2010년까지 정유공장 운전ㆍ정비ㆍ교육ㆍITㆍ경영혁신 기법을 포함한 정유공장 운전 전반에 걸친 노하우를 제공하게 됐다. 기술수출 총액은 국내 정유업계 최대 규모인 총 5,000만 달러(600억원). 뿐만 아니라 실험설비 이용과 소프트웨어 이전 등에 따른 별도의 부대수익까지 챙길 수 있다.
기술수출에는 SK㈜도 뒤지지 않는다. SK㈜는 제품 뿐만 아니라 자사의 기술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해외에서 아예 공장을 사가라는 러브콜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SK㈜는 최근 공장 인수를 추진중인 가나의 테마 국영정유사에 기술을 수출, 공장 운영을 해주고 있는 상태다. 그것도 지난 99년부터 이뤄졌다. 이미 가나 재무장관이 공식적으로 인수까지 제안해 놓은 상태이어서 SK㈜의 첫 해외 생산기지가 탄생될지 주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SK㈜는 지난 98년에도 정유공장 운영 노하우를 앞세워 대만 포모사에 기술수출을 했다. 2003년에는 중국 화베이를 대상으로 기술판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는 등 ‘SK㈜=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SK㈜가 지난해 이원기능 촉매기술을 이용한 BTX·LPG 생산 촉매·공정 기술(APU)을 프랑스 악센스에 판매해 로열티 수입을 거둬들인 것도 일대 쾌거로 불리울만 하다. 석유화학 분야의 첨단기술을 개발, 화학공업 선진국에 기술을 역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고도화설비 강자인 S-Oil도 기술수출에 한몫을 하고 있다. S-Oil은 지난 91년부터 7년간 1조원을 들여 하루 7만5,000배럴 규모의 하이드로크래커(HOU)와 6만8,000배럴 규모의 중질유분해시설(RFCC)을 건설했다.
당시 이 설비건설을 담당했던 프랑스의 IFP사는 새로운 공법을 적용하면서 성공적인 공장운영이 될 경우 S-Oil의 공장 노하우를 사겠다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모범적인 공장운영 실력을 과시한 S-Oil은 관련 기술노하우를 라이센스를 받고 IFP에 수출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정유업의 기술노하우가 세계적으로 널리 명성을 쌓으면서 해외에서도 기술 이전을 요청하는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면서 “정유사들이 기술 수출로 해외 거점을 확대하고 동시에 수익까지 거두는 효과를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