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거센 도전 직면한 한국경제] "7·4·7 연연 말고 물가·금융 안정 나서야"

성장·물가·경상수지 세 토끼중 한두 가지 포기해야 할판<br>경기부양등 성장형 경제운용보다 위기관리 초점 맞춰야


“관료 생활 30년 동안 지금처럼 대외환경이 좋지 않은 경우는 처음이다.” 얼마 전 퇴임한 한 정부 고위관계자의 우려다. 그는 “올해 초 우리 경제는 아마도 대외 부문에서 위기가 닥칠 것”이라며 “세계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 증가율 하락 등은 감내할 수 있지만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시장 불안으로 환율ㆍ금리 등이 요동치고 외국인이 대거 이탈하면 실물경제도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으로서는 안정적인 경제운용으로 위기대응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지금은 경제위기 초기단계”라고 경고할 정도로 내외수 복합 불황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의 경제운용에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성장ㆍ물가ㆍ경상수지 등 ‘세 마리 토끼’ 가운데 한두 개는 포기해야 하는 시점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경기 하락보다 물가상승, 금융시장 불안이 우리 경제의 우려요인”이라며 “장기적으로 성장 친화적인 정부의 정책방향은 맞지만 지금은 ‘7ㆍ4ㆍ7’ 공약이나 올해 6% 성장 달성보다 불안요인을 진정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3%대 성장 가능성도”=통계청의 ‘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3~6개월 뒤 경기를 예측해주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5.9%로 두달 연속 떨어졌다. 우리 경제가 올 1ㆍ4분기에 고점을 찍고 2ㆍ4분기부터 하강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예고다. 특히 국내외 환경 악화로 올해 성장률 기대치도 당초 예상보다 낮아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성장률 전망치를 5.0%에서 4.7%로 내린 데 이어 현대ㆍLG경제연구원도 성장률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UBS는 최저 3.5%를 전망하는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정부의 목표치인 6%는커녕 5%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대외여건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미국 경기 침체”라며 “미국 경제가 지난 20년간 침체를 겪어보지 않아 위기관리가 가능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물가ㆍ금융시장 안정이 가장 시급=최근 환율 급등은 우리 경제에 약보다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에는 호재이지만 원자재ㆍ유가 수입 가격의 상승, 원가 부담 증가 등을 동반해 경상수지 개선에 제한적이고 금융시장을 왜곡할 수도 있다. 또 물가상승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내수부진에 의한 성장률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산업 현장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주물업계나 중소 납품업계가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납품중단 등 실력행사에 나서는 등 국내 산업 현장의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 원화 약세 전망으로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ㆍ주식 등을 팔면서 국내 증시 폭락, 금리상승으로 인한 대출이자 상승 등의 부작용을 부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환율정책이나 경기부양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많다. 물가나 금융시장 안정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지금 경기 운운은 한가한 얘기로 물가가 더 큰 문제”라며 “특히 금융시장 불안이 그 자체로 생명력을 얻어 경제에 타격을 주는 게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7ㆍ4ㆍ7’ 공약 볼모돼선 안 돼=유가상승ㆍ달러약세 등 대외환경이 급변하면서 정책 1순위를 성장형 경기 부양보다 시장안정에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규제완화ㆍ감세 등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도 좋지만 그보다 지금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예고한 데 대해 우려의 시각이 많다. 박재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계가 인플레 압력에 시달리며 경기 후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고성장에 집착하면 문제가 커진다”며 “지금은 안정형으로 경제기반을 다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도 “항상 단기부양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물가상황이 너무 어렵다”며 “대외여건은 고려하지 않고 내수만 해결하자고 나서는 것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6% 성장에 목을 매는 것은 문제지만 추가적인 경기 하강을 막는 정도의 부양책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홍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지금 오버슈팅한 물가와 유가ㆍ환율이 하반기에는 안정되고 경기악화 문제가 더 부각될 것”이라며 “대외여건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 여력이 있는 내수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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