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디지털 홈] 홈네트워크 경쟁 본격화

기술표준 선점해야 산다

“홈네트워크 시장 경쟁에서 승자는 소비자에게 가장 큰 효용을 전달해주는 제품이나 기업이 차지할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온 기업들은 커다란 도전을 맞게 될 것이다” 세계적인 컴퓨터업체인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 회장이 최근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던진 메시지다. 델 회장의 이 같은 메시지는 홈네트워크 시장에서의 주도권 경쟁이 향후 정보통신은 물론 가전 등 전통 시장의 흐름을 뒤바꿀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리고 세계 각국은 한국의 홈 네트워크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정보통신망이라는 IT 인프라와 아파트 중심의 거주형태가 홈네트워크 확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맞물려 한국은 이제 네트워크 시장의 테스트베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은 홈네트워크 확산의 이상형= 홈네트워크 시장은 아직 선진국에서 조차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일본ㆍ싱가포르ㆍ영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원격진료ㆍ홈오토메이션 등 초보적인 서비스로 시범사업을 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나라 역시 올들어서 정부 차원에서 홈네트워크 시범사업에 착수하는 등 이제 걸음마 단계에 들어섰다. 하지만 한국의 홈네트워크 시장을 바라보는 각국의 눈길은 예사롭지 않다. 세계 1위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에 망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아파트형 거주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로운 첨단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 나라보다 강한 소비자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홈네트워크 시장의 확산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실제로 정부가 올해 전국 1,300여가구에 시범적으로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가 하면 건설업계에서도 최근 1만여 가구의 아파트에 홈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구축할 예정이어서 홈네트워크는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홈네트워크는 내년에만 8조원의 시장을 형성하면서 매년 평균 25% 이상의 초고속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은 춘추전국= 홈네트워크 시장 확대를 둘러싼 업종간, 그리고 업체간 경쟁 역시 본격화하고 있다. 홈네트워크 시장 확대의 선두주자는 역시 통신 양강을 형성하고 있는 KT와 SK텔레콤. 각각 건설업체와 방송사ㆍ콘텐츠업계 등을 아우르는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 정보통신부의 디지털홈 시범 사업자로 선정돼 최근 잇따라 시범사업에 들어간 상태다. 전자업계 맞수인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홈네트워크를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선정하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금까지 휴대폰 등으로 외부에서 홈네트워크에서 접속했던 방식에서 탈피, 웹 기반 솔루션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LG전자도 최근 관련 연구개발조직까지 포함한 홈넷사업팀을 신설하는 등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건설업계도 홈네트워크에 발을 들여 놓은지 오래다. 삼성물산건설부문(CV넷), LG건설(이지빌), 대림산업(대림INC), 현대산업개발(아이콘트롤스) 등 내로라 하는 업체들마다 3~4년전부터 경쟁적으로 자회사를 설립, 저마다 첨단 아파트를 표방하며 홈네트워크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홈네트워크는 통신은 물론 가전ㆍ건설ㆍ방송 등 사실상 산업 전분야를 아우르는 첨단 집약산업”이라며 “이 때문에 자체적인 기술개발 못지 않게 각 업종간 합종연횡의 시너지를 얼마나 극대화할 수 있느냐에 성패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정책 지원 확대된다= 홈네트워크에 대한 이 같은 기대감 때문에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도 적극적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통부는 오는 2007년까지 홈네트워크 시장에서 182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세계시장의 1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정통부는 오는 2007년까지 8,820억원의 예산을 투입, 각종 시범사업을 비롯해 기술개발ㆍ표준화, 콘텐츠개발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홈네트워크 추진 기업에는 올해 850억원을 비롯 ▦2005년 1,000억원 ▦2006~2007년 2,000억원의 정책자금이 장기 저리(금리 3~4%, 2년거치 3년 분할상환)로 융자 지원된다. 정통부는 이와 함께 멀티미디어데이터 고속전송, 홈게이트웨이, 포스트 PC 등 관련 핵심기술 개발에도 5,8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복안이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홈네트워크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수십~수백배에 달할 것”이라며 “CDMAㆍ휴대폰 등에 이은 차세대 수출 주력상품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국제표준 선점 나섰다= 정부의 이 같은 차세대 산업전략의 일환으로 홈네트워크 관련 기술의 국제표준 선점을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디지털AV 홈네트워크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채택이 유력시되고 있는 상황. 삼성은 자사가 개발한 AV홈네트워크 기술인 ‘XHT’를 오는 6월 미국 가전협회(CEA)에 표준기술로 상정할 계획이다. LG전자 역시 최근 열린 유니버설 플러그앤플레이(UPnP) 포럼에서 자사의 디지털AV 관련 기술을 표준으로 제안했다. 특히 홈네트워크의 두뇌로 불리는 홈게이트웨이는 국산 홈네트워크 기술의 세계시장 진출의 관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통부가 디지털홈 시범사업 과정에서 홈게이트웨이를 리눅스 기반으로 개발토록 하고 있는 것도 이를 통해 세계 표준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홈네트워크 표준 문제는 결국 가전ㆍ통신ㆍ단말기 등 관련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누가 기술표준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판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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