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미 FTA, 협상보다 시위에 시달려서야

정부가 10일부터 서울서 열리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 협상을 앞두고 다시 한번 불법시위를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한ㆍ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워싱턴 원정 시위에 나설 때에 이어 두번째 공동담화문을 낸 것이다. 지난 2월 공청회에 이어 6월에도 공청회가 무산된 데다 서울에서의 본 협상마저도 폭력시위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까 우려된다면 이만저만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동북아 정세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코리아 리스크가 커지는 마당에 한ㆍ미 FTA 협상마저 물리적 저지를 받는다면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는 정말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물론 한ㆍ미 FTA가 본 협상에 돌입해 진행되고 있는데도 극단적인 찬반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미숙한 탓이라 할 수 있다. 본 협상에 돌입하기도 전에 ‘4대 선결조건’을 들어주어 이익집단을 자극한데다 이제 와서는 협상시한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면서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은 한국이 독특한 무역장벽을 치고 있다면서 강력한 공세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측은 미국이 요청하지도 않은 일부 서비스 시장의 개방을 양보한다는 전략이나 세워놓고 있었으니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기도 전에 이념적 잣대로 불법시위를 일삼는 것은 우리측 협상력을 훼손하는 일일 뿐더러 국론분열의 상처만 남기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한ㆍ미 FTA를 통해 능동적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대한 미국측의 양보를 이끌어내야 한다. 일부 취약부문을 살리기 위해 더 큰 것을 내주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곤란하다. 취약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원대책은 정부가 약속한대로 추후에 면밀하게 수립해 나가야지 협상 과정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ㆍ미 FTA를 반대하는 세력들은 우리 협상단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의미에서도 더 이상 불법시위는 자제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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